박병호(27, 넥센)는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선수다. 그러나 뭔가 선택받는 일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명단에도, 올해 올스타 선발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묵묵히 실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의 대단했던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병호는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괴력을 선보였다. 담장 밖으로 타구 2개를 날려 보냈다. 1-0으로 앞선 1회 첫 타석에서는 김광현의 직구를 잡아 당겨 2점 홈런을, 4-6으로 뒤진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박정배의 직구를 밀어 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때렸다. 올 시즌 두 번째 멀티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단독 선두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비록 팀은 아쉽게 졌지만 박병호의 감각이 살아있었다.
박병호의 올 시즌 전반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16일 현재 73경기에 나가 타율 3할2푼1리(리그 4위), 84안타(4위), 19홈런(1위), 64타점(1위), 출루율 4할2푼(4위), 장타율 5할7푼6리(2위)를 기록 중이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지표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놨다. 한동안 홈런 가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7월 8경기에서 5개의 아치를 그리며 완전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박병호의 지난해 성적은 타율 2할9푼에 31홈런, 105타점이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타율은 지난해보다 나아졌고 장타력과 타점 생산 능력은 여전하다. 전·후반기로 나눠 보면 박병호가 또 한 번의 MVP급 시즌을 보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박병호의 지난해 전반기 성적은 78경기에서 타율 2할8푼, 17홈런, 64타점, 장타율 5할5푼2리였다. 지난해 전반기보다 경기수는 적지만 전 지표에서 향상된 성적이다.
지난해 후반기에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 그리고 5월 이후 꾸준한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음을 고려하면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병호의 5월 타율은 3할4푼1리, 6월 타율은 3할1푼6리, 7월 타율은 4할4푼4리다. 상대 투수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박병호 스스로의 업그레이드를 상징한다. MVP 2연패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고도 볼 수 있다.
오는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를 앞두고 화끈한 무력시위를 벌였다는 것도 흥미롭다. 박병호는 16일 경기 전 “결국 홈런 레이스에 참여하게 됐다”라는 취재진에 질문에 살짝 웃으며 “그렇게 됐다”라고 했다. 이 이벤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모습이었지만 현재 홈런의 손맛이 가장 짜릿하게 남아 있는 출전자는 역시 박병호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MVP가 생애 첫 올스타전에서도 화려하게 빛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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