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니보다 꽃할배 vs 꽃할배보다 서지니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7.18 17: 15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그리고 이서진이 오는 24일 대만으로 뜬다. tvN '꽃보다 할배' 2탄 촬영을 위해서다. H4와 짐꾼 이서진은 나영석 PD 등 제작진과 일찌감치 2탄 출연을 약속하고 어렵게 스케줄 조율을 마쳤다. 현재 방송 중인 1탄을 통해 이미 프랑스와 스위스를 누비고 돌아왔으니 두 번째 여행은 조금 쉬울까.
'꽃보다 할배' 2탄의 제작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된 것은 1탄의 반향이 뜨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꾸준히 연속성을 갖고 제작된다는 사실은 기획 단계부터 결정된 일이었지만 첫 테이프를 끊은 1탄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건 분명 앞으로의 여정을 더욱 신나게 한다.
'꽃보다 할배' 2회의 평균 시청률은 4.8%, 최고 시청률은 6.9%(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까지 솟구쳤다. 기대 속에 막을 올린 나 PD의 CJ E&M 신고식은 케이블 채널 예능 프로그램 사상 유례가 없는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이토록 뜨거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직진순재' 이순재, '구야형' 신구, '백심통' 백일섭 등 H4의 자연스러운 매력에 빠졌다는 쪽과 '젊은 짐꾼' 이서진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호평을 내놓은 쪽으로 갈려 '꽃보다 할배'를 응원하고 있다. 2탄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여행 멤버들을 그대로 해달라는 요청들이 이어졌을 만큼, 주요 멤버들인 H4는 물론 이서진 역시 호감도가 수직 상승한 분위기다.
서지니보다 더 귀여운 꽃할배들
두 개의 심장으로 진격하는 '직진순재' 이순재, 훈훈한 배려 돋는 '구야형' 신구, 로맨티스트 '파리지엥' 박근형, 늘 섭섭하고 심통난 '백심통' 백일섭 등 1, 2회만을 통해 확인된 할배들의 캐릭터는 미소를 자아낸다. 평균 나이 76세의 할배들은 연기 경력이 도합 200년에 달하는 베테랑 배우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명품 배우들이지만 본격적인 예능 나들이는 대부분 처음이다. 그래서 늘 TV 속 연기로만 만날 수 있던 할배들이 배낭을 메고 거리를 떠돌며 나누는 대화와 보여주는 행동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새롭다.
대개 중후한 재벌가 회장님이나 누군가의 애처로운 아버지, 보수적인 중년 세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네 사람이지만 알고 보니 실은 우리 아버지 같고 옆집 할아버지 같다. 막말도 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기도 하고 작은 일에 불평도 많다. 또 여행의 흥분에 젖어 들뜬 모습까지, 권위적이고 어렵기보다는 편안하고 익숙한 것, 그게 바로 이제껏 몰랐던 H4의 매력이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이순재부터 백일섭에 이르기까지, 4색 리얼 캐릭터를 향해 애정을 드러내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들 앞에 쩔쩔 매는 '짐꾼' 이서진의 일거수 일투족도 볼거리지만 H4의 여정을 따라가며 연륜을 느끼고 경험을 공감하는 것이 '꽃보다 할배'의 주요 관전 포인트라는 평.
할배들의 서지니? 아니, 우리모두의 서지니
서지니(Genie)는 만능이다. 걸그룹 멤버들과 여행을 가는 걸로 속아 엉겁결에 여행에 합류했지만 일당백으로 제몫을 해내고 있다. 이서진은 H4에게 있어 짐꾼이고 내비게이터고 통역사이며 총무이자 심부름꾼이다. 소원을 말하면 무엇이든 들어준다는 동화 속 램프의 요정, 그래서 서지니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1박2일'을 통해 인연을 맺은 나 PD와 환상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도무지 웃길 것 같지 않은 남자, 연기파 배우 이서진이 '1박2일' 미대형에서 또 한 번 변모된 캐릭터 서지니로 탄생한 것은 '꽃보다 할배'의 매력에 날개를 달았다. 나 PD에 의해 조련된(?) 예능감 같지 않은 예능감이 순간 분출하기도 하고, 40대 초반 남자의 자연스러운 인간적 모습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나 대선배인 H4 앞에서는 '발언권 따위 엄두도 못 낼' 아기일 뿐. 그 가운데 H4의 힘든 프랑스 여정을 동행하며 손과 발이 되고 눈과 귀가 되어 어른들을 보필하는 모습은 훈훈한 청년의 매력도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꽃보다 할배'를 보는 이유로 H4를 넘어 이서진을 거론하기도. 그저 묵묵한 비서나 짐꾼 수준에 머물 줄만 알았던 그가 다양한 활약상을 펼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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