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활약 박진만, 여전히 우아한 '국민 유격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7.26 21: 15

SK 와이번스 내야수 박진만(37)은 어느덧 프로 데뷔 18년차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유격수 자리에 서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면 세월이 비껴간 것 같지만, 모자를 벗으면 베테랑의 풍모가 느껴진다.
이제 팀 야수 가운데는 가장 고참급인 박진만이지만 주전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무한경쟁을 선언했던 이만수 감독은 유격수 자리에 박진만을 일찌감치 확정지을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박진만은 2할대 후반의 타율, 그리고 탄탄한 수비로 SK 내야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꿀맛과 같은 휴식을 취한 박진만은 후반기 첫 경기부터 날라다녔다. 타석에서는 팀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포를 날렸고, 수비에서는 한 마리 백조와 같이 우아한 플레이로 '국민 유격수'의 건재함을 알렸다.

박진만은 26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전에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오랜만에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롯데 선발 허준혁을 침몰시켰다. 3-1로 앞선 4회 무사 1루 기회에서 타석에 선 박진만은 허준혁의 139km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사직구장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비거리 105m, 그의 올 시즌 3호 홈런이었다.
수비에서는 나이를 잊게 하는 기민한 플레이를 펼쳤다. 3회 선두타자 조성환이 2루 베이스를 통과하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박진만은 빠른 풋워크로 공을 낚아챘고, 무게중심이 1루쪽으로 쏠린 상황에서도 점프를 하며 1루에 정확한 송구를 해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안타를 빼앗긴 조성환도 허무한 듯 박진만을 바라보고 웃을 뿐이었다. 4회에도 박진만은 선두타자 전준우를 환상적인 호수비로 잡아냈다.
7회 선두타자로 등장한 박진만은 볼넷을 얻어내 자신의 임무를 마친 뒤 대주자 김성현과 교체됐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데다가 후반기 체력안배를 위한 벤치의 결정이었다.
박진만이 여전히 국민유격수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펼친 비결은 간단하다. 젊은 선수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물 위의 거위는 우아하지만, 그 아래의 발은 쉼없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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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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