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강한 게 롱런? 오래가는 게 강한 것'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7.27 08: 32

[유진모의 테마토크] 사회에 만연하는 '3대 거짓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노인이 늙으면 죽어야지, 처녀가 시집 안 간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고 의례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확장해보면 헤어지는 커플은 한결 같이 그 이유를 '성격차이'라고 얘기하고 멤버교체를 하거나 해체하는 그룹은 '음악적 견해차이'를 이유로 댄다. 이 역시 거짓말이다.
솔로로서 오래 꾸준히 활동하기도 쉽지 않은데 여러 명의 각자 개성이 다른 여러 명이 뭉친 그룹이 롱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드러난 사실이다. 단 두 명밖에 안 되는 녹색지대도 한창 잘 나갈 때 서로의 의견차이로 팀을 해체해야 했다.

그런데 신화는 6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지난 15년째 멤버 교체 한 번 없이, 사소한 잡음 한 번 없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다 못해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한 마디로 아이돌계의 신화다.
아이돌그룹의 생명은 일반 그룹보다 더 짧다. 왜냐면 아직 음악적 성향이 완전히 체계화되지 않은 어린 상태에서 기획사의 기획의도에 따라 음악적 방향성 없이 그저 음반의 방향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정신 없이 활동하다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발동하기 때문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수입분배 문제도 아주 민감하게 작용한다. 사실상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 돈이다.
또한 어리거나 젊은 나이가 필수인 아이돌로서의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 역시 아이돌 그룹의 긴 유통기한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유력 시사 월간지 '더 애틀랜틱(The Atlantic)' 인터넷판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롱런 아이돌의 최상의 예로 신화를 소개했다. '백스트리트보이즈가 케이팝에서 배워야 할 것(What the Backstreet Boys Could Learn From K-Pop)'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국내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 신화를 언급했다.
백스트리트보이즈는 1993년 데뷔한 이래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 내에 13 곡을 올렸으며 총 1억 장의 앨범 판매량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 보이밴드다. 이 기사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 음반으로의 컴백을 앞두고 있는 백스트리트보이즈가 그들의 전성기와 비교해 음악시장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절하게 변화있는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오랫동안 사랑 받는 그룹의 필수 요소는 현명한 자기 인식"이라는 말과 함께 신화의 최근 활동을 본보기로 소개했다.
'더 애틀랜틱'은 모두 30대의 나이인 신화가 가수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기자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케이블TV tvN 'SNL 코리아', 종편 JTBC '신화방송' 등에 출연하며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거의 성과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어린 팬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간 '자기 겸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엄격한 서열 문화가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신화의 이 같은 모습은 후배 가수들과 어린 팬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을 중요한 동료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스스로 영향력 있는 선배의 자리에 위치하게 했다는 논평을 냈다.
청소년 팬을 겨냥한 아이돌의 생명력은 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왜냐면 청소년 팬들이 성장해 어른이 되면 다른 가수를 찾는 등 다른 쪽으로 대중문화 소비 방식의 시선을 달리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후반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 HOH SES 젝스키스 핑클 등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체되면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좋은 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멤버는 아이돌 출신 스타가 나이를 먹고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현재 보여주고 있다. 완전하게 연기자로서 자리잡은 성유리 이진 유진 등이나,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한 바다 등이 그렇고 이른바 핫젝갓알지로 불리는 HOT 출신의 문희준과 토니안, 젝스키스 출신의 은지원, GOD 출신의 데니안, 그리고 NRG 출신의 천명훈이 그 주인공이다. 핫젝갓알지는 지난해 케이블TV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시동을 건 뒤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휩쓸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던져주면서 아이돌 가수가 아닌, 방송인으로서 새로운 연예인생을 열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나이와 현재의 음악의 변화가 도저히 일치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곤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방법을 간파한 것이다.
그렇다면 예능인 연기자로 변신했으면서도 아이돌 그룹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신화의 긴 생명력과 세월의 흐름에 잘 편승하는 뛰어난 변신의 능력은 극찬을 받아도 마땅할 정도로 뛰어나다.
신화가 이런 끈질긴 생명력과 변함 없는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팀 멤버들은 한결같이 팀웍과 우정을 든다. 이들은 데뷔 이래 지금까지 신화가 없는 개인은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각자 서운한 일이 있거나 갈등의 소지가 생기면 꼭 해결하고야 마는 끈끈한 우정과 탄탄한 믿음으로 뭉쳐졌다는 것이다.
물론 우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걸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희생과 이타심이다. 자신이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때 상대방의 노고를 인정하고 치하할 줄 아는 양보심, 상대방이 지나치게 튄다고 서운한 마음이 들 때 스스로 주제파악을 할 수 있는 겸손함 등이 신화를 지켜준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이들은 일찌기 음악성에 일치를 보고 자신들, 즉 신화의 음악이라는 장르를 스스로 창조해냈다. 그리고는 그 독특한 신화만의 음악을 유지하되 세월의 흐름과 유행의 변화에 적당하게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음악적 방향의 키를 선정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 팝음악의 중심이다. 백스트리트보이즈는 사실 세계 시장에서 감히 신화가 넘볼 수 없는 수퍼스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유력 시사지가 백스트리트보이즈에게 신화를 거울로 삼으라고 충고한 것은 신화가 미국의 평단에서 인간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은 한국 가요계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격이라는 조용필이나 말춤 하나로 세계 팝시장을 뒤흔든 싸이의 성과와는 사뭇 차원이 다른 인간승리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보이그룹으로 평가받는 팀은 뉴키즈언더블록이다. 이번애 '더 애틀랜틱'은 뉴키즈언더블록을 거론도 하지 않고 신화를 추켜세웠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신화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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