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원사이트가 음악 소비의 주요 창구가 되고, 이 차트 성적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순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보다 더 공정한 음악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가요계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SM-YG-JYP-스타제국이 함께 음원사재기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 추천 제도 등 음원차트와 관련해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대표는 추천 제도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음원사재기 관련 고발장에 지지를 표하며 추천제도 역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3년 전부터 유통사의 추천 제도 또한 음원사재기라고 주장해왔다. 이 부분이 분명히 가요계를 좀먹는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추천 제도는 방송사 순위 프로의 순위 선정과 바로 직결되는 부분으로 모순이 많고, 때문에 폐지를 해야한다고, 불법적인 음원순위의 조작을 방관하다가는 결국 가요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수없이 협회 회원사, 업계 세미나 등에서 말해왔다"고 밝혔다.
추천제란 음원사이트가 메인페이지에 공개하는 1~10위곡과 함께 사이트가 특별히 선정한 추천곡을 노출하는 제도다. 순위를 체크할때 눈에 잘 띄므로 사용자들이 쉽게 들어보게 되는데, 이는 차트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 된다. 음원사이트가 차트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불만은 있지만 제작자로서는 놓치기 싫은 기회. 추천곡으로 선정되기 위해 대형사이트가 원하는대로 컴백 날짜를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멜론과 엠넷이 자사 인기 가수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가요관계자는 "유통을 하는 회사가 제작까지 하는데, 유통의 이점을 가진 가수와 못가진 가수의 경쟁을 어떻게 공정하다고 볼 수 있겠느냐. 이대로 가다가는 음원기획사는 유통 인프라를 가진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원사재기는 그 목표인 순위 조작 뿐만 아니라 2차 피해도 생긴다는 점에서 하루 빨리 뿌리뽑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재기를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멀쩡한 1위곡도 조작곡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 일반 네티즌 뿐만 아니라 가수 및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재기는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한 가수는 자신의 곡을 제치고 음원 1위로 올라선 한 가수에 대해 오프더레코드로 "사재기라고 들었다. 그 회사가 너무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음원파워가 강한 몇몇 회사들에게 색안경을 쓰는 일도 생겼다. 의혹을 받은 한 가요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거론되는 걸 보고 어이 없었다. 사재기를 그렇게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모든 곡이 잘돼야 하는 것 아니냐. 정작 신경 쓴 곡은 잘 안돼서 속상해 죽겠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음원사이트는 비정상적인 이용패턴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 멜론은 특정 패턴에 대해서는 차트 반영 제외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트 측에서 이용자의 IP를 차단하는 게 쉽진 않은 상황. 가요계가 먼저 나서는 게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제작자는 "이번 고발장 접수로 사재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문제 해결에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같이 뭉치지 않으면 그동안 가요계가 해결하지 못했던 음원 수익 분배 문제 등과 같이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승성 대표는 "가요 시장은 우리 제작자들 스스로가 지켜야하는데 가요시장 전체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앞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훗날 분명히 이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간과했던 바, 시장의 질서는 더 어지러워졌다. 이제라도 이런 문제가 제기되어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시장 질서를 바로잡지 못하고 지금의 현실에 이르게 된 것이 안타깝다. 이번 기회로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 반드시 해결되었으면 한다"며 자기 반성을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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