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홈런은 처음 본다".
지난 22일 대전 한화-KIA전. 한화 외야수 이양기(32)는 2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KIA 외국인 투수 듀웨인 빌로우의 초구 141km 높은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지난 2010년 8월26일 목동 넥센전 이후 무려 1092일만의 홈런으로 개인 통산 3번째 홈런이었다.
오랜만에 친 홈런이지만 그보다 더 화제가 된 게 바로 KIA 포수 차일목과 신경전이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차일목과 신경전을 벌인 이양기는 바로 빌로우의 초구를 받아쳐 홈런으로 만들었다. 한화 관계자들은 "그런 홈런은 처음 본다"며 이양기의 홈런에 놀라워했다.

이양기는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들어온 뒤에도 절친한 동료 데니 바티스타가 '참으라'며 진정시킬 정도로 화가 나있었다. 분노의 홈런을 때린 이양기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잠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 중 벌어진 신경전으로 뒤끝은 없었다.
이양기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내 포지션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빌로우가 투구 모션을 빨리 가져가더라"며 "빌로우가 잘못한 건 아니다. 서로 그럴 수 있다. 난 내 타이밍을 잡으려 했는데 포수를 보던 (차)일목이가 '빨리 들어와'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욱했다.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말을 듣고 일목이랑 다투게 됐다"며 "어떻게 하다 보니 홈런이 나왔다. 분노의 홈런은 아니다"고 웃었다. 이양기와 차일목이 가벼운 언쟁을 벌이자 구심을 맡은 추평호 심판원이 진정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신경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곧바로 다음 타석에서 화해했다. 이양기가 4회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설 때 차일목이 "내가 오해를 했다. 미안하다"며 이양기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이양기도 "일목이와 나는 친구 사이다. 아주 친한 건 아니지만 자주 봐왔던 친구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양기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때리며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로 한화의 4-3 승리를 견인했다.
이양기는 올해 22경기에서 타율 3할5푼4리 1홈런 12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8월 1군 복귀 이후 45타수 18안타 타율 4할 1홈런 9타점으로 폭발 중이다. 이양기는 "감독님게서 9회까지 안 빼주시고 출전 기회를 주신 덕분이다. 선발로 경기를 많이 나가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자신있다. 가끔 이상한 플레이를 해서 그렇지 원래 수비는 좋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남은 시즌 더 좋은 활약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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