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라고 욕과 짜증만 먹으란 법은 없다. 얼마든지 시청자들의 호평과 사랑을 끌어낼 수 있다. 이 같은 일을 이뤄낸 ‘금 나와라 뚝딱’은 요즘 막장극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참신한 진화를 만들어냈고, 이는 칭찬받을 만 하다.
지난 22일 총 50회로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극본 하청옥 연출 이형선, 윤지훈)은 6개월가량의 긴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이는 이 드라마가 단순히 자극적인 내용으로 순간의 흥미만을 자아낸 것이 아니라 신선한 몇 가지 요소들로 나름대로의 진화를 이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 나와라 뚝딱’이 기본으로 잡았던 막장 요소는 셌다. 오히려 보통 드라마들 보다 조금 더 세다고 해도 될 정도. 일단 막장극의 기본 요소인 출생의 비밀부터 시작해 악독 시어머니, 교활한 라이벌(혹은 사랑의 방해꾼), 극단적인 성격의 가족들까지 기존의 막장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설정들은 다 끌어다 쓴 것처럼 다양했다.

특히 자신의 아들 현준(이태성 분)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온갖 계략을 짜 악행을 저지르는 악독 시어머니 장덕희(이혜숙 분)와 유독 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동생들과 차별하는 몽희(한혜진 분)의 엄마 윤심덕(최명길 분) 등의 캐릭터는 이해할 수 없는 막강한(?) 성격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욕을 많이 먹기도 했다. 또 세 명의 부인에게서 어머니가 각기 다른 세 명의 아들이나, 자신과 얼굴이 같은 쌍둥이(쌍둥이인 것을 몰랐지만)를 대신해 부인 역할을 하는 등의 설정은 막장 중의 막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설정이었다.
그러나 ‘금 나와라 뚝딱’은 이 모든 극단적 사건과 캐릭터들을 ‘가족애’라는 통일된 주제 아래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가족애’라는 뚜렷한 주제를 중심으로 표현된 캐릭터들이 그 극단적 성격으로 인해 설사 욕을 먹을지언정 이야기 전개가 억지스러워 지탄을 받는 막장 논란은 비교적 적었던 것.
뿐만 아니라 입체적으로 형성된 인물들의 캐릭터들에는 인간미가 있어 기존의 막장극과는 달랐다. 인물들은 극 중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로 변화를 맞이하며 그런 인간미를 더욱 부각시켰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악녀 성은(이수경 분)은 딸 아람(박민하 분)을 만나고는 모성애 가득한 엄마로 바뀌었다. 형을 이기고자 야심만을 불태울 것 같던 둘째 현준(이태성 분) 역시 아내 성은을 향한 사랑으로 인해 변화를 맞이했으며 변할 것 같지 않던 장덕희조차 자신의 악행으로 아들 현준을 잃을 뻔 한 사건을 겪으며 변했다.
어떤 작품보다 효과적이었던 주인공의 1인 2역 역시 ‘금 나와라 뚝딱’에 신선한 재미를 줬다. 특히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유나(한지혜 분)의 캐릭터는 장덕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전투력 탑재 캐릭터였기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유나로 변신한 몽희(한지혜 분) 역시 털털하기만 했던 몽희일 때와는 다른 도도하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 안방극장에 통쾌함을 줬다. 그리고 한지헤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두 쌍둥이 자매 유나와 몽희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연기력을 과시했다.
각기 달랐던 세 형제들의 사랑 이야기 역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결혼을 한 후 시작된 막내 현태(박서준 분)-몽현(백진희 분) 부부의 알콩달콩한 사랑은 계략과 모함으로 가득 차 자칫 칙칙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금 나와라 뚝딱’에 청량감을 더했다. 또 극의 후반부 갈등을 풀고 서로의 진가를 보게 된 현수-유나 부부의 뒤늦은 로맨스 역 따뜻함을 줬다.
비슷한 것처럼 보여도 남달랐던 ‘금 나와라 뚝딱’은 시청률 면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방송 2주 만에 한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전작 ‘아들 녀석들’을 뛰어 넘더니 꾸준한 시청률 상승으로 20%를 넘긴 것. 여러모로 막장 드라마가 진화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을 보여준 '금 나와라 뚝딱'의 '해피엔딩'이 허무함 보다 산뜻한 뒷맛을 남기는 데는 이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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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나와라 뚝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