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태생적으로 웃긴 이 남자의 영화를 어째?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10.08 17: 23

'하정우표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보는 이를 웃긴다. 때로는 '너무 멀리 간 거 아니야'란 생각에 당황스러울 법할 관객도 있겠지만 마치 한 편의 연극 신을 보는 듯 탁탁 주고받는 배우들의 찰진 대사들, 독특한 아이디어와 한정된 공간의 활용, 판타지와 리얼의 절묘한 조합 등이 신인감독의 패기를 드러내기에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는 하정우 자체가 '태생적으로 웃긴 남자'이기에 가능해 보인다.  
8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된 '롤러코스터'는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이란 꼬리표가 없다면 더 색안경 없이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영화라고 여겨질 만 하다. 영화는 비행기공포증이 있는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 분)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태풍 속 간신히 하나 남은 비행기로 귀국길에 오르지만 비행기가 태풍 속 추락 위기를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류승범의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스토리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가장 돋보인다. 자기가 출연한 영화 '육두문자맨'에 너무 몰입해 실생활에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연기하지만 실상 상욕을 달고 사는 마준규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톱 한류스타로서 연예인병에 걸려 매니저를 무시하고 문란한 사생활에 곤혹을 치르는 그는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에도 어딘가 한참 부족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을 잡아끈다. 배우 정경호는 댄디한 매너남의 기존 이미지를 우주에 버리고 왔다. 비행기 안에서 펼치는 '오열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조연들의 열연이 상당하다. 대부분 하정우와 대학시절을 함께한 동문들인 만큼 완벽한 대사 구조 같은 호흡을 떠나 취향 자체가 서로 맞는다는 느낌이다. 철저히 계산된 대사와 상황 속 터지는 캐릭터들의 폭발력이 볼 만하다.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의문의 슈트남, 그룹 시스타의 '나 혼자' 가사를 목탁에 맞춰 두드리는 스님, 마준규에게 '브래지어 끈'을 풀고 사인해달라는 새 신부, 마준규에게 '널 갖고 싶어'라는 사인을 부탁하는 중년 여인, 바지를 입지 않고 시종일관 장난을 치며 운행하는 파일럿, 앞에서는 누구보다 친절하지만 뒤 돌아서면 상욕을 감칠맛 있게 해대는 승무원들, 찰랑이는 단발머리로 나타나 엉뚱한 진단을 내리는 의사 등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비행기 비지니스 석'이란 다소 협소한 공간을 확장시키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마동석, 김성수, 김성균, 오광록 등 스타들의 카메오는 양념이다. 
영화는 '금기된 것에 대한 전복'이라는 큰 주제의 블랙 코미디로 볼 수도 있고, 단순한 '끊이지 않는 장난들'로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유머 코드들이 많지만, 상업 코미디 영화로서 정해진 서사구조에 의존하지 않은, 일면 신선한 도전임은 확실해 보인다.
하정우는 이 영화의 기획의도에 대해 자신의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내 스스로가 장난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왜 비행기 안에서는 왜 반신욕을 할 수 없나, 혹은 샤워할 수 있는 곳이 왜 없을까'란 생각을 한다. 현실과 반대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비행기 안은 금연이고,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욕설을 하면 안 된다. 그것을 영화 속에서 재미를 위해 허용했을 때 웃기겠다란 단순한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웃기고 싶다, 농담이나 한 번 하자, 말 장난 하자란 생각으로 만들었다. 태생을 굳이 말하자면. 신명나게 장난치는 영화가 됐으면해서 금기시 되는 걸 판타지적으로 허용했다. 개인적인 장난에서 온 것이었단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이 태생적으로 웃긴 남자의 '웃기고 싶다'란 열망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저걸 어째?'란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그것이 감탄과 재미에서 오는 긍정적인 반응인지, 아니면 너무나 황당해 나오는 탄식인가는 보는 이에게 달려있다. 정경호, 한성천, 김재화, 최규환, 김기천, 김병옥, 강신철 등 출연한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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