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사상 두 번째로 일반인 출연자를 독한 MC들 앞에 내몰았다. 바로 로봇 박사 한재권 씨가 주인공이다.
인공위성에 대한 애착이 강한 송호준 씨에 이어 정체불명의 한재권 씨가 쭈뼛쭈뼛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까지만 해도 제작진이 또 한번 실험을 하나보다 했다. 그런데 단순히 색다른 재미를 뽑아내는 실험에서 멈추지 않았다. 일반인 출연자가 안방극장의 호기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회성 카드가 아니었음을 로봇박사 한재권 씨가 스스로 증명한 것. 한재권 씨의 꿈과 희망이 가득한 로봇 인생사는 ‘라디오스타’의 다소 독특한 행보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방송 중반까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신기한 로봇을 들고 나온 한재권 씨의 정체를 비밀에 부치며 안방극장을 들었다놨다한 것. 한재권 씨는 크레용팝의 ‘빠빠빠’ 음악에 맞춰 일명 직렬5기통춤을 추는 로봇들을 보여주며 시선을 빼앗았다.

때마침 장난감 중독 특집으로 개그맨 이봉원과 김신영, 가수 케이윌이 출연했던 까닭에 한재권 씨의 정체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다소 난해한 헤어스타일과 소극적인 말투는 비밀이 많아 보였다. 초반 MC들이 크레용팝 팬이 아니냐고 농담을 한 까닭에 열혈 팬이자 로봇에 관심 많은 중년 아저씨인 줄 아는 시청자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가 로봇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사람들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인명을 구하는 로봇을 만들고자 분투하는 이야기는 로봇에 관심 많은 아마추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진지했다. 결국 MC들은 한재권 씨가 전문적인 로봇을 만드는 로봇 박사라는 사실을 알렸다. 또한 한재권 씨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동생을 위해 로봇 전문가의 꿈을 꿨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동생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로봇이 실제로는 없었다. 그래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는 모습은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다소 허무맹랑할 수 있는 로봇 세계에 뛰어들고 꿈을 이루는 고달픈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다소 독특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재난 로봇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만화 캐릭터 마징가 Z와 태권 V의 성능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는 한재권 씨의 인생사는 진정성이 넘쳤고 흡인력이 높았다. 특히 “로봇은 인간을 해할 수 있다. 이 같은 로봇의 오류는 인문학이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말하며 곧은 철학과 옳은 가치관을 피력해 안방극장을 감동에 빠지게 했다.
무엇보다도 한재권 씨를 일반인이라고 배려하지 않고 평소처럼 독한 말들을 쏟아내 그의 멋이 넘치는 인생을 더욱 들여다볼 수 있게 한 MC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다른 토크쇼와 달리 게스트들을 몰아세워 재미를 선사하는 ‘라디오스타’는 이날 한재권 씨마저도 괴롭혔다. MC들의 공격에도 꿋꿋하게 로봇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철학을 털어놓는 한재권 씨의 모습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라디오스타’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연예인들과 함께 내세우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두 명의 일반인 출연자를 통해 ‘라디오스타’는 흥미를 유발하는 한편, 독설 토크쇼가 게스트를 확장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라디오스타’에 어울리는 독특한 일반인 게스트의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챙기며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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