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7년 전 트레이드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FA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롯데에도, 두산에도 서운함은 전혀 없다”.
프로 데뷔 후 타격 면으로 특화를 노렸으나 친구와의 포지션 중첩으로 7년 전 시즌 중 트레이드를 겪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기량을 키워 두 번째 소속팀에서 클린업트리오 한 축을 담당했다. 페넌트레이스 활약은 아쉬웠으나 포스트시즌서 가을의 드라마를 썼던 그는 프리에이전트(FA) 기회를 잡아 데뷔팀으로 돌아왔다. ‘이블 준석’ 최준석(30, 롯데 자이언츠)은 자신의 야구인생에 큰 변화 속 맞는 새 시즌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001년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2차 6라운드로 입단한 최준석은 2000년대 중반 롯데가 이대호(오릭스)와 함께 중심타자감으로 기대했던 선수다. 첫 1군 풀타임 시즌이던 2005년 100경기 2할4푼6리 8홈런 42타점으로 가능성을 비췄으나 이대호의 존재로 외야 전향을 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던 최준석은 2006시즌 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되었다.

이적은 큰 기회였다. 2007시즌 16홈런을 때려낸 뒤 2009년 3할2리 17홈런 94타점으로 활약하며 김동주-김현수와 함께 김동석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했던 최준석은 2010시즌 3할2푼1리 22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며 팀 리딩히터가 된 동시에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었다. 이후 무릎 부상 재발로 주춤했던 최준석은 올 시즌 후배 오재일과 출장기회를 공유하며 100경기 2할7푼 7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16경기서 6홈런을 때려내는 파괴력을 발산하며 페넌트레이스 4위 두산을 한국시리즈 최종전까지 이끌었다.
두산에서 포지션 중첩 등으로 인해 FA 자격을 얻고도 만족할 만한 계약은 이루지 못한 최준석은 지난 19일 데뷔팀 롯데와 4년 35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고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데뷔팀으로 금의환향한 셈. 올 시즌 중심타선 약화로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접어야 했던 롯데는 최준석의 가세를 통해 공격력 보강을 꾀하고 있다. 최준석 입장에서도 야수층이 두꺼운 두산보다 안정된 출장 기회를 기대할 수 있는 롯데로의 이적은 반가운 부분이다.
“많이 설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부산 팬들의 성원이 뜨거운 곳이 아닌가. 잠실에서도 그러했으나 많은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것은 선수로서 큰 영광이다. 팀의 기대가 큰 것도 알고 있고 팬들의 성원도 대단할 테니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7년 전 자신을 트레이드로 다른 팀에 보냈던 데뷔 팀으로의 복귀. 임대 형식을 통한 위탁교육 등이 아닌 만큼 어떻게 보면 드라마에서 자신을 버린 옛 연인 앞에 멋들어지게 나타난 듯한 모습이다. 자신을 몰라보았던 첫 소속팀으로 FA 계약을 통한 복귀. 그에게 7년 전 트레이드는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지금은 서운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없다. 돌아봤을 때 만약 7년 전 트레이드 되지 않았더라면 내게 이런 귀중한 기회가 찾아왔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이제는 전 소속팀이 된 두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 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사실 두산은 팀 내에서도 대체 요원이 있던 만큼 최준석이 기대하는 계약 조건을 맞춰주지 못했고 우선협상 결렬과 함께 이틀 후 롯데 이적이 결정되었다. 두산은 최준석이 주전 선수로서 뛴 터전이었다.
“두산에 대해서도 서운한 것은 없다. 그곳에서 선수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 그곳으로 이적해서 동생을 결혼시키고 나도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낳았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세 번이나 밟았음에도. 많은 팬들께서 성원해주셨음에도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것. 그 부분 만큼은 정말 아쉬웠고 팬들께 죄송했다”.
최준석의 가세와 외국인 타자 가세 등으로 롯데의 공격력은 올 시즌에 비해 확실히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팬 급감 현상으로 고역을 치렀으나 사실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은 팬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그런데 팬들의 야구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은 반대로 선수가 실수를 했을 때 쏟아지는 비난 공세가 극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롯데에 몸담고 있는, 또 과거 몸담았던 선수들이 어려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야구를 못하면 팬들의 비난 공세에 선수가 얻어맞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비난에 얻어맞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잘 해야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선수 본인도 갖고 있을 부담감. 최준석은 짐짓 의연한 자세를 갖추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2014시즌 개막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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