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대박시대', 선수들이 말하는 명과 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1.22 06: 14

523억 5000만원.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FA 시장은 역대 연간 총액 합계를 가볍게 넘어서며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롯데에 잔류한 강민호가 4년 75억원에 계약하며 심정수가 갖고 있던 묵은 기록(2005년 4년 60억원)을 가볍게 넘어섰고, 뒤이어 정근우(70억원)와 이용규(67억원)가 한화로 팀을 옮기면서 대박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최근 LG 주전싸움에서 밀린 이대형이 4년 24억원을 받고 KIA로 옮기면서 실속을 챙겼다.
그렇다면 올해 FA를 바라보는 동료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박을 터트린 선배를 보며 꿈을 키우는 선수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위화감이 든다고 토로하는 선수도 있었다.

A 선수는 "이제 우리나라 야구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수들 몸값이 올라가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에 강민호와 정근우가 체결한 계약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연봉이다. FA를 앞두고 있는 B 선수는 "빨리 FA자격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누가 얼마에 계약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된다. 안 아프고 출전 많이 하려면 겨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거액의 FA 계약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바로 동기부여다. 바로 옆에서 함께 야구를 하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고액연봉자가 되는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 선수들의 설명이다. 물론 FA는 선택받은 일부 선수들만이 누리는 특권과도 다름없지만, 언젠가는 본인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다시 한 번 입증됐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유인은 바로 '돈'이다.
반면 동료들의 잇딴 대박에 우려의 눈빛을 보내는 선수도 있다. 3년 뒤 FA 자격취득을 앞둔 C 선수는 "지금이 (FA 시장가격) 최고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거품이 많이 껴 있는 것 같다. 내가 FA를 얻을 때는 거품이 꺼질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계속 FA 선수들의 몸값이 유지되려면 올해 대박 터트린 형들이 야구를 잘 해야한다. 그래야 구단에서 앞으로도 계속 선수들에게 투자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봉이 적은 선수들의 위화감은 더했다. D 선수는 "솔직히 1년 구단 운영비야 정해져있는데, 올해처럼 한 두명의 선수들이 큰 돈을 받으면 나머지 선수들은 어떡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안 그래도 얼마 안 되는 우리 연봉에서 나가는 돈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면서 "얼마 안 있으면 시작될 연봉협상에서 한 번 지켜볼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타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건 그만큼 한국 프로야구의 시장성이 성장했다는 걸 의미한다. 올해 FA 시장은 한국 프로야구의 흐름을 바꿀 역사적 변곡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실없는 성장은 자칫 붕괴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 여전히 모그룹 위주로 운영되는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거액을 받은 선수들이 자칫 '먹튀'가 되기라도 한다면 선수들의 우려처럼 빠르게 거품이 사그라들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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