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납득하는 몸 상태에서 제 실력을 펼치길 바랐다. 그래서 그는 코칭스태프로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일찍 결정하는 대신 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도전장을 던졌다. ‘써니’ 김선우(36)는 전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팬들에게 거듭 미안해하며 투수 김선우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자 했다.
두산은 지난 25일 김선우의 자유계약 방출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휘문고-고려대 시절 아마추어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던 김선우는 고려대 2학년 시절이던 1997년 보스턴과 계약을 맺은 뒤 몬트리올(워싱턴의 전신)-콜로라도-신시내티-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치며 다소 불운한 미국 생활을 보냈다. 2005년 콜로라도 시절에는 배리 본즈가 버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쿠어스필드 4피안타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으나 실력에 비해 확실한 기회를 받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다.
2008년 자신의 지명권을 지닌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선우는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2011시즌 16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는 등 두산 선발진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 무릎 부상에 이어 5월9일 SK전 5이닝 무실점 승리 당시 1루 베이스커버 과정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재활을 마치고 1군에 복귀한 김선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 타자의 타구에 종아리 부위를 다시 직격당하며 결국 시즌 끝까지 제 몸 상태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선우의 구위가 갈 수록 떨어졌던 큰 이유 중 하나였고 상체에 의존하다보니 팔 각도도 점차 떨어졌다. 그의 올 시즌 성적은 17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5.52. 저조한 성적도 성적이지만 제 몸 상태가 아니었던 만큼 구위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김선우의 두산 6시즌 통산 성적은 151경기 57승4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이다.
두산에서는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나게 된 1년 선배 임재철(LG)과 마찬가지로 김선우에게 코칭스태프로의 변신을 요청했다. 굴욕적인 연봉 대폭 삭감으로 두산에서 현역 생활을 연장시켜주는 대신 프랜차이즈 지도자로 품고자 했으나 김선우의 생각은 달랐다. 제대로 된 몸 상태가 아니라 부상을 안고 있던 상황에서 보여준 구위 저하 현상이 억울했기 때문이다. 김선우는 현역 생활 연장을 바랐고 두산과의 견해 차이로 김선우의 방출이 결정되었다.
시즌 내내 김선우는 “야구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텐데 너무 안타깝다”라며 아쉬워했다. 에서 차남 정훈군의 이름이 언급되고 김선우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최상위권에 위치할 때도 김선우는 “정훈이가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전화 요청에 거절을 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아버지가 야구를 잘해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라는 말로 야구 외적인 일로 자신의 이름이 이슈거리가 되는 것을 꺼려했다.
“투수로서 마운드에 서고 재기하고 싶은 마음에 부득이하게 두산을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미안하다. 6시즌 동안 마운드에 오르면서 내게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던 두산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선수 생활의 끝을 고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너무나 죄송할 따름이다”. 김선우가 두산과의 작별을 결심한 후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바로 죄송하다는 말이었다.
두산 투수진에서 김선우는 군림하는 리더라기보다 후배들과 함께하는 형 같은 투수였다. 자신의 경험을 조언하는 것은 물론 후배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체면을 내세우기보다 후배에게 자신의 보완점이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나는 후배들과 장난이나 쳤지 본 받을만한 선배는 아닌 것 같다”라며 겸손해 했으나 김선우의 조언에 고마워한 투수들은 굉장히 많았다.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도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의사소통도 원활한 써니가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라고 감사해했다.
올 시즌 구위 저하 현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김선우이지만 무적(無籍) 신세인 그를 향한 러브콜도 조만간 들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선발 투수 보강이 필요한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4선발급 투수로서 김선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SK도 베테랑 선발로서 김선우 영입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김선우는 한화전 통산 8승5패 평균자책점 3.24, SK전서 8승4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준 전력이 있다. 몸 상태를 회복하고 구위를 조금 더 올린다면 새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만한 투수임은 틀림없다.
“선수로서 출장 기회 부여에 대해 내가 팀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어느 팀에서라도 기회가 온다면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뛰겠다”. 김선우는 부상에 휩싸인 상태에서 던진 공이 자신의 100%가 아니었음을 다음 시즌 증명해보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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