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가 많은 팀 상황 상 베테랑 외야수를 비롯한 선수들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타 팀집으로 이적했다. 이 충격파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수진 맏형이 코치직 제의 거절과 함께 방출 형태로 팀을 떠나게 되었다. 연이어 팀의 형님급 선수들이 떠나는 상황. 두산 베어스의 스토브리그 행보는 대승적 방생인가 아니면 팀 케미스트리에 악영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류현상인가.
11월 중하순 두산은 꽤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서열 상 선수단 내 중상위 계급을 상징하던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모두 잔류 대신 이적을 선택했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임재철(LG), 이혜천(NC), 김태영(개명 전 김상현, KIA), 서동환(삼성), 정혁진(LG)이 떠났고 보류 선수 명단에서는 김선우, 데릭 핸킨스, 김동길, 오성민 등이 제외되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30대 선수들의 연이은 이적과 보류 명단 제외다.
FA 우선 협상 당시 두산은 “소중한 선수들이지만 끌려가는 계약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공언했다. 그리고 계약 협상에서 이종욱이 그나마 두산에서 우대한 FA 선수였을 뿐 손시헌과 최준석은 우선협상에서 시장 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받았다. 타 팀의 모 선수는 “두산은 연봉 협상도 그렇고 합리적으로 가고자 하는 팀이니까”라고 이야기했다. 몸값 거품은 없어야 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었다는 외부 평이었다. 세 명의 FA는 라커룸 내에서 선배를 우대하고 후배를 다잡는 입장의 선수들이었다.

이어 김동주에 이은 야수진 두 번째 맏형이던 임재철이 2차 드래프트로 LG 이적했다. 코칭스태프 제의 대신 현역 생활 연장을 원해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들지 못한 임재철은 뛰어난 자기관리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던 선수. 2001년 두산의 우승 멤버였던 좌완 이혜천은 최근 몇 년 간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거센 비난을 샀으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먼저 선수단을 다잡고자 했던 선수였다. 지난해 말 故 이두환(전 두산-KIA)이 대퇴골두육종으로 투병할 때 앞장서서 선수단 자선 행사를 진행하고 고인이 하늘로 떠난 후 부모님을 위로했던 이가 이혜천이었다. 지난해 헐거워졌던 두산의 팀 케미스트리가 다시 공고해졌던 시점은 바로 이 때였다.
김상현의 경우는 최근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아 재활 중이었으나 두산 내에서 조용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다잡던 군기반장 중 한 명. 아까운 선수들이지만 “유망주를 지켜야 했기에 불가피하게 이들을 보호 명단에서 제외해야 했다”라는 두산 측의 이야기도 사실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만약 베테랑을 모두 보호명단에 넣었다가 유망주를 빼앗겼다면 팬들은 또 비난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한 베테랑의 이적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에 투수진 맏형이던 김선우가 갑작스러운 방출로 팀을 떠나게 되었다. 김선우의 경우도 임재철처럼 코칭스태프 제의를 받았으나 현역 생활 연장을 원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상태에서 두산은 자유계약 방출을 결정했다. 연봉을 팀에서 대폭 삭감하는 대신 타 팀에서 새 야구인생을 찾을 수 있도록 풀었다는 구단 측의 설명. 이로 인해 두산 투수진 맏형은 98학번 이재우가 되었다. 최근 2주일 동안 팀을 떠난 두산의 30대 선수들은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팀이 아쉬운 순간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할 수 있던, 모두 팀 케미스트리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던 선수들이다.
이미 맏형 김동주가 팀 전력에서 배제된 채 두 시즌을 치른 상황에서 30대 선수들이 연달아 팀을 떠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20대 선수들의 경쟁 체제 확립 속 팀의 자구책을 찾고 내구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구단 운용이 게임 시뮬레이션처럼 되는 것이 아님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내부에서 봤을 때 베어스에 대한 선수들의 애정이 과연 공고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때 두산에 몸 담았던, 그리고 지금은 타 팀에서 뛰는 한 베테랑은 우려를 나타냈다. “구단은 기업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계산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는 소속팀에 많은 것을 기대고 부상을 무릅쓰고 뛸 수 있는 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 롤모델을 자신의 팀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선택 폭이 줄어들고 큰 기회가 왔을 때 잔류보다 이적을 더욱 꿈꾸게 될 것이다. 유망주를 잘 키워낸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세대교체 선순환을 이룰 수 있겠지만 가능성 뿐인 유망주가 주전으로 우뚝 서는 확률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리고 그 위험도를 감수하는 만큼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타 팀에서 뛸 수 있는. 그러나 팀 내에서는 젊은 선수들과의 중첩 현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내줬다는 점은 방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댐의 수위 조절에 실패하며 갑문을 개방한다면 그 떠밀리는 물결을 걱정해야 하는 방류가 된다. 연이어 30대 선수들을 떠나 보낸, 두꺼운 야수층을 지니고 있는 두산의 11월 행보는 베테랑을 위한 방생일까. 아니면 자칫 향후 팀 케미스트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류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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