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한국 대표 남녀 배우가 대결을 펼친다. 충무로의 자타공인 연기파들인 전도연과 송강호다. 영화 '밀양' 커플이기도 한 이들은 12월 극장가에서 경쟁자인 동시에 실존 인물로 맞붙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주부와 아내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의 756일 간의 안타까운 사투를 그린 작품. 전도연이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된 유일한 한국인 송정연 역으로 출연한다.
영화는 10년 전인 지난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받아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 장미정 씨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했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전적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여배우의 짐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전도연의 캐스팅은 당연하고도 '안전한' 최고의 선택이다. 연기를 기술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으로 나누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전도연은 '밀양'에서 보여줬던 삶의 극한에서 폭발하는 본인 특유의 연기 스타일을 보여주면서도 또 다른 인간사의 오만가지 감정들을 진정성있게 드러낸다.
그런가하면 송강호가 연기하는 인물은 실제라기 보다는 시대의 자화상이다. 그가 주연한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을 소재로 사건과 인물을 재구성했다.
송강호는 이번 작품에서 부산에서 세무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다 모두가 회피하는 사건을 맡으며 변호인의 삶에 변화를 맞는 송우석 역할을 맡았다. 송우석은 故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로 영화 제작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가 분한 송우석 변호사는 자연스럽게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나게 한다.
'그 분'을 떠올리게 하는 송강호는 잘 하는 연기보다는 책임 있는 연기가 필요했고, 특유의 인간적이면서도 흡인력 있는 연기를 펼쳐내 특별히 힘주지 않아도 묵직한 감동을 자아낸다.
송강호는 이 역을 당초 거절했는데 이에 대해 "제가 이 역할을 한 번 거절했었던 건 그분에 대한 표현이나 묘사를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라며 "감히 제가 그분의 어떤 열정이나, 치열한 삶을 표현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저의 작은 진심은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특정인에 대한 일대기를 그리거나 정치적 이념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며 "누구나 알고 있는 80년대의 시간들을 치열하게 사셨던 분들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출연에 부담은 없었다"고 덧붙여 설명하기도.
두 작품 모두 시사회를 마쳤고 영화가 가진 감동과 여운에 대한 입소문이 좋다. 여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것도 같다. '집으로 가는 길'은 단순히 억울한 한 여인의 실제 사건을 넘어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울분을 토하고, '변호인'은 잊혀질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그 시절을 배경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외침을 담아냈다.
한편 전도연은 이런 송강호와의 대결 구도에 대해 "'변호인'을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었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영화 찍은 것 아니냐. 송강호 씨는 영화도 많이 찍고, 나는 2년만에 하는 것이니 맞대결이라고 하지 말아달라.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재치있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11일, '변호인'은 18일 한 주 차이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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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스틸컷(왼쪽), '변호인' 스틸컷(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