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김지수가 한혜진을 위협하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혜진이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식을 올린 후 브라운관 복귀 작품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를 선택하면서 초반 스포트라이트가 이에 맞춰진 바 있다. 현재, 김지수는 한혜진과 드라마의 양 축을 차지하며 대등한 플레이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지수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소화하고 있는 송미경이라는 인물은, 불우한 가정사를 가진 캐릭터다. 비록 부모에 대한 상처가 있지만, 자신의 가정만큼은 완벽하게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하지만 남편 유재학(지진희 분)이 불륜을 저질렀고, 심지어 재학이 이 부적절한 관계에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큰 배신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고지순한 아내였던 미경이 하루 아침에 극에서 극으로 오가는 감정기복을 갖게 됐다는 점은 그의 정신적 충격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김지수는 이 어려운 캐릭터를 집중력있게 표현하며 호평을 사고 있다. 폭포수가 쏟아지듯 터뜨리는 눈물 연기와 몸이 바스러질 듯 소리를 지르며 지진희와 호흡을 나누는 장면은 그의 존재감을 높였다. 지진희를 비정상적으로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송미경'이라는 인물을 향한 동정심은 커졌다.

극중 미경은 조심스레 남편과 불륜 상대 나은진(한혜진 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꺼내보다 갑작스럽게 눈물을 터뜨리며 마음앓이를 했다. 그러다가도 잠든 남편의 얼굴을 베개로 짓누르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화를 내다가도 다음 날이면 다시 냉정을 찾고 가정을 돌봤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경의 심리는 가정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과 한 남자로 여자로 살아왔던 인생의 허무함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방송에도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미경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재학에게 "온갖 말로 당신이 날 안아주길 바랐어. 하지만 당신은 포용해줄 마음이 없어. 어린 시절 상처까지 합쳐져서 쓰나미 급이야. 정상 아니야. 날 정말 사랑했다면 사람 붙이고, 교통사고를 냈다는 걸 알았어도 화 냈으면 안됐어"라고 쏘아붙였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사랑이 있는 노예로는 살아도 사랑이 없는 왕비로는 살 수 없는 사람이야. 이제야 제대로 우리 관계가 보이는 것 같아"라며 선을 그었다.
온기를 잃은 사람처럼 쏘아대던 미경은 20년을 모시고 산 시어머니(박정수 분)이 쓰러졌다는 사실에 가장 먼저 병원으로 향하기도 했다. 재학의 미움보다는 2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한 시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더 컸다. 그는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처럼 집을 나왔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인간적 도리이자, 며느리의 책임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김지수는 어려운 연기를 하고 있다. 불륜에 상처받은 여자의 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시청자들의 정서를 넘어서서는 안되기 때문. 김지수는 그 가운데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환점을 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김지수의 존재감이 앞으로 얼마만큼 확장될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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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