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두 여신의 활약으로 다른 영화들이 꽁꽁 얼어붙었다. 1, 2월 극장가를 제패하고 있는 영화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 얘기다. 그 중심에는 한 동안 잠잠했던 '여풍'이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겨울왕국'은 디즈니 최초 국내 천만 관객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신드롬을 몰고왔다. 현재 국내 관객수는 790만 7104명(영진위, 10일 기준). 무려 역대 외화 3위의 기록이다.
그런가하면 '수상한 그녀'는 11일 6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또 한번 탈환했다. 누적관객수는 588만 10명이다.

이처럼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는 엎치락뒷치락하며 현 극장가를 이끌어가고 있는 중인데, 각각 엘사 앓이, (심)은경 앓이로 그 열풍을 살펴볼 수도 있겠다. 전 연령층에서 사랑받고 있는 두 여신의 성격 다른 열풍이다.
- 관능 여신의 캐릭터 열풍
2013년 미국 월트 디즈니 픽처스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겨울왕국' 돌풍의 중심에는 엘사 여왕과 안나 공주가 있다. 두 자매 중 그간 디즈니 공주들과 차별화되는 캐릭터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이는 엘사다.
한 마디로 '겨울왕국'은 캐릭터 신드롬이다. 사실 작품 자체는 그간 디즈니 작품들의 수준과 비교해봤을 때 평이하다는 시선도 큰데, 캐릭터 인기 부분에서는 그간의 공주들과 비교할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엘사 오타쿠'라고 부르는 관객들이 이전과는 다른 공주 신드롬을 증명한다.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히며 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있는 엘사가 'Let It Go'(렛잇고)를 부르는 모습은 스크린에서는 얼음왕국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관객들의 심장을 타오르게 만든다. 처음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자매 주인공이 등장했고, 그 중 언니인 엘사는 '겨울왕국'의 토대가 된 캐릭터로 기존의 디즈니 공주들과는 좀 맥을 달리한다.
엘사는 지금까지의 디즈니 공주들에서 보다 진화된 공주 형태가 아닌, 오히려 그와 반대의 지점에 있는 여왕이기에 사랑받는다고도 할 수 있다. 동생 안나가 독립적이고 모험심 강한 말괄량이 공주라면, 엘사는 한 마디로 여성미 넘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그는 관능적인 여신에 가깝다. 태생적인 '다름'으로 인해 영혼에 슬픔이 깃든 엘사는 어둡고 처연하다. 하지만 '렛잇고'를 통해 난 내 길을 가련다고 외칠 때는 그야말로 보는 이에게 동경심을 심어주는 눈부신 여왕이 된다.
엘사를 보며 기존 디즈니 공주들이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여워도 한껏 듣지는 못했던 '섹시하다', '여성스럽다', '보호해주고 싶다' 등의 반응이 많다. 사실 작품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캐릭터 신드롬이다. 악역이 될 수 있었던 캐릭터가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탈바꿈한 케이스다. 이에 관객들이 '겨울왕국' 실사판을 상상하며 엘사 캐스팅을 논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 연기 여신의 배우 열풍
실제로 영화 마니아 커뮤니티에서 '여신'으로 불리는 배우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의 여신이다. '수상한 그녀'의 흥행에는 '겨울왕국'과는 다르게 캐릭터가 아닌 배우 열풍이 있다. 사실 연기자로서는 이 부분이 더 어렵다.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큰 인기를 얻는 경우는 많으나, 오로지 배우가 그 역할을 어떻게 연기했는지에 대해 주목받게 하는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캐릭터의 강렬함은 있었다. 칠순 할머니가 갑자기 20대의 꽃처녀로 돌아간 얘기라니, 한국영화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소재라 눈길을 모을 만했지만, 이 이야기가 600만여명이 볼 정도로 힘을 얻은 배경에는 그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말이 되게끔 만든 주연 배우의 힘이 컸다.
'수상한 그녀' 같은 장르 영화의 경우 연출과 배우의 시너지가 중요한데, 다수의 주변 등장인물을 아우르며 극을 이끌어나가야 했던 심은경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불구, 여성 원톱 주연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구수한 사투리 말발, 털털한 코믹 연기 속 섬세한 감정 전달력은 사람을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앳된 얼굴로 "남자는 그저 처 자식 안 굶기고 밤 일만 잘 하면 되여"라는 농익한 대사로 듣는 이를 '뿜게' 만들거나 수영복을 입고 "워뗘 후달려?"라고 묻는 그는 나문희가 갑자기 심은경이 됐다는 설정에 관객이 저절로 녹아들게 만든다. 박 씨로 등장하는 중견배우 박인환과 편안한 자세로 드라마를 보면서 막장 드라마의 그 끌리는 매력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나 심지어 며느리 역 황정민에게 참으려 했지만 끝내 목구멍을 타고 올라 내뱉는 잔소리를 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충무로에서는 여성 원톱 주연 영화는 상업적으로 성공이 어렵다는 시선이 크지만, '수상한 그녀' 같은 경우는 최근 여성 원톱 주연작 성공 사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를 것으로 보인다. 심은경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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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수상한 그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