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발톱을 숨긴 사자와 같다. '국민타자' 이승엽(38, 삼성)이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올 시즌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는 실전 대신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조율 중이다. 두 차례 자체 평가전에 참가한 게 전부. "이제부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려고 한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김한수 삼성 타격 코치는 이승엽의 현재 상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승엽 또한 마찬가지. 그는 "천천히 천천히 끌어 올려야 한다. 개막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며 "아무리 캠프 때 좋아도 시즌 때 못하면 의미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팀 훈련 스케줄 소화는 기본. 이승엽은 엑스트라 타격 훈련을 마친 뒤 자신의 타격 자세가 담긴 동영상을 꼼꼼히 살펴보며 장단점을 파악한다.

김한수 코치가 바라보는 이승엽의 현재 모습은 어떠할까. "아직은 '좋다', '나쁘다'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페이스는 괜찮은 편이다. 타격 훈련할때 한두 마디 하는 게 전부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승엽은 지난해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다. 타율 4할(10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 대표팀 타자 가운데 이승엽보다 컨디션이 좋은 이는 없었다. 그런 만큼 정규 시즌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
하지만 그에게 지난 시즌은 악몽과도 같았다. 타율 2할5푼3리(443타수 112안타) 13홈런 69타점 62득점. "한국에서 뛰었던 11시즌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라는 게 이승엽의 생각.
자신만의 스윙을 되찾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승엽은 "전훈 캠프 때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한 가지 폼으로 칠 수 있는 스윙을 만들어야 한다.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그러한 타격 폼을 완성한다면 시즌 시작할 때 자신감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이르면 20일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 경기부터 참가할 듯. 조용히 발톱을 날카롭게 갈았던 그가 올 시즌 명예 회복을 위한 힘찬 시동을 거는 시점이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이승엽이 이름 만큼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부활할 것이라 본다. 이제 불혹의 나이인데 마지막 꽃을 피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이승엽의 가치는 실질적인 기록 이상이다.
아직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올 시즌 보란 듯이 일어설 가능성은 높다. 이승엽의 감동 드라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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