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주진모의 고독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황제의 후궁이 된 옛 연인에게 각자의 길을 가자고 말한 그지만, 언제나 그 여자의 곁을 맴돌며 지키는 '우렁각시' 사랑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기황후’ 33회에서는 연철(전국환 분)의 군사들에게 쫓기는 기승냥(하지원 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 놓고 싸우는 왕유(주진모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연철의 아들 당기세(김정현 분) 일당은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기승냥이 사냥대회에서 지나다닐 장소에 덫과 독화살을 설치했다. 사냥기회를 틈타 두 사람을 죽이려던 계획.

그러나 마침 왕유의 부하들인 점박이(윤용현 분), 최무송(권오중 분), 방신우(이문식 분) 등은 한밤중 덫을 설치하는 이들의 모습을 봤고, 이를 왕유에게 전했다. 당기세와 그 무리가 단순히 사냥에 대한 욕심을 부린다고만 생각했던 왕유와 부하들은 덫을 놓고 주변에서 기다리는 군사들을 보고 수상히 여겼고, 곧 그들이 황제와 기승냥을 노리고 있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결국 왕유는 기승냥을 향해 달려가는 연철 군사들의 앞을 막았다. 그는 “대승상의 명을 받았다”며 협조를 요청하는 우두머리에게 “가려거든 날 죽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막아섰다. 이어 부하들에게 “한 놈이라도 승냥이를 쫓게 해서는 안 된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막아야 한다”며 기승냥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왕유는 몇 번의 칼에 맞고 죽을 뻔 한 위기에서 연비수(유인영 분) 무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지금까지 왕유는 연철과 전략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속으로는 백안 등 황제의 편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겉으로는 고려에서 자신의 왕권을 지키기 위해 연철의 편에 서 있었다. 때문에 연철의 사주를 받고 기승냥과 황제를 죽이러 가는 군사들을 막아서는 것은 자칫 그의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기승냥이 왕유에게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안타까운 것은 왕유가 자신을 위해 했던 일들을 기승냥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건이 끝난 후 궁에서 만난 기승냥은 왕유가 연철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대승상이 역모의 혐의를 받고 있다. 왕유공께도 화가 미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라고 경고했다.
이에 왕유는 “우리 서로 각자의 길로 가자고 하지 않았던가. 관심이든 걱정이든 마마님꼐서 내 일에 상관하시는 것은 사양하겠다”며 자못 차가운 말을 남기고 그를 지나쳐갔다. 그러나 곧 사냥대회에서 얻은 상처가 터져 피가 나왔고, 그는 부하들의 걱정에도 “승냥이가 보고 있다. 티 내지 말라”며 안타까운 배려를 보였다.
왕유는 누구보다 위험한 위치에 서 있다. 자신의 왕권을 되찾아야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 때문에 경거망동할 수 없고, 자기 자신보다 대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인물이다. 결국 사랑했던 기승냥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을 힘을 다해 지켜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도, 나라도 좀처럼 마음 편히 갖기 어려운 왕유의 상황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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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