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원희, 올해 21살. 요즘 여자들 같지 않게 단아하고 자연스러운 인상이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여배우는 이제 데뷔 3년 차지만 차분함과 함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신인 특유의 매력도 갖고 있다.
지난해 JTBC 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하 꽃들의 전쟁)에서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국모의 자리에 오른 장렬황후 조씨 역을 맡은 김현주, 송선미 등 대선배와의 연기에서도 밀리지 않고 무게감 있게 극을 이끌어 갔다. 신인 고원희는 아직 시청자들에게 낯설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브라운관 데뷔를 사극으로 시작한 고원희는 반년이 넘는 오랜 시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이어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하 찌라시, 감독 김광식)로 바로 스크린 데뷔를 한 고원희는 극 중 우곤(김강우 분)이 한눈에 알아버린 예비 스타 미진으로 분해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미진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찌라시’에서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미진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50부작 ‘꽃들의 전쟁’ 출연은 그의 연기에 꽤 도움을 줬고 첫 영화 촬영을 무사히 끝냈다. 그러나 고원희는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직까지는 아쉬운 모양이다.
“저한테 실망했어요. 연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게 적나라하게 나와서 쑥스럽고 창피하고 제가 연기를 못한 것 같아서 감독님, 선배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VIP 시사회 때 머리카락으로 얼굴 가리고 봤어요.(웃음) 제 분량 끝날 때쯤부터 제대로 봤어요.”
첫 영화였던 만큼 고원희를 향한 김광식 감독과 배우들의 도움은 분명 그가 배우로서 한 걸음 내딛는 데 큰 힘이 됐다. 김광식 감독은 계산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법을, 김강우는 학교 선배로서, 연기 선배로서 에너지를 불어넣어줬다.
“영화 연기는 드라마 연기와는 다르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받고 A4에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써서 갔는데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헷갈렸어요. 감독님 말씀대로 연기를 하면서 힘을 빼는 법을 배웠어요. 김강우 선배님은 만들어내지 말고 말하듯이 하라고 조언해주셨죠. 제가 연기가 잘 안되거나 감정이 안 잡히면 ‘이런 생각 해보고 연기 해보는 게 어때?’라고 도와주셨어요.”

김강우는 고원희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학교 선배이자 당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국민형부로 등극한 김강우와의 연기는 영광 그 자체였다. 영화 촬영 전 김강우가 출연한 드라마며 영화, 예능까지 모두 섭렵한 고원희는 절로 김강우의 팬이 돼 있었다.
“보고 나니까 팬심이 생겨서 사심으로 일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제가 친구들에게 김강우 선배님하고 연기한다고 자랑하니까 다들 한 번만 촬영장에 놀러 가면 안 되냐고 하고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 ‘좋아요’를 클릭했어요. 김강우 선배님에게 정말 감사한 게 제가 남들한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데 제가 힘들어하고 있으면 슬쩍 와서 묵묵히 도와주셨어요.”
데뷔 후 드라마에 이어 쉬지 않고 영화에 출연한 고원희는 이제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신인이었다. 좋은 신호다. 부족한 걸 자신이 먼저 캐치하고 연기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하는 건 분명 그 단계, 단계가 견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계속 영화를 보면 부족한 걸 보게 되면 깨닫게 돼요. ‘찌라시’ 촬영하면서 선배님들 연기 모니터링 하러 갔는데 재미있고 멋있고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려고요. 한 번에 주목받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진 게 없으면 허물어져 버리니까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다 보면 저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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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