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방황하는 칼날', 10대 성범죄 경종..피의자가 된 피해자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3.29 14: 20

동시기 비슷한 소재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10대 성범죄 문제를 끄집어 낸 '한공주'와 '방황하는 칼날'이다.
4월 17일 개봉하는 '한공주'(이수진 감독)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천우희)가 새로운 곳에서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보다 앞서 내달 10일 개봉하는 '방황하는 칼날'(이정호 감독)은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돼 버린 아버지 상현(정재영)과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 억관(이상민)의 가슴 시린 추격을 그려냈다.
영화는 비슷한 소재를 취하고 있지만 시선은 다르다. '한공주'는 피해자 여고생의 이야기를, '방황하는 칼날'은 피해자 딸을 둔 아빠에 시선을 고정한다. '한공주'가 잔잔한 감성 속에서도 직접적인 표현과 주인공의 심리 묘사로 잔혹함을 안기는 반면, '방황하는 칼날'은 강도 높은 분노 표출과 장면 수위 속에서도 가슴 시린 울림이 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피해자이지만 피해자가 아니게 만드는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공주'의 공주는 마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여주인공처럼 연약한 몸으로 계속 구석으로 몰리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체가 관객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피해를 입은 여성은 오히려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꽁꽁 숨어야 한다. 여기에는 권력, 성(性), 법 등 여러 배경이 있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포스터의 문구는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들기에 충분하다.
'방황하는 칼날'의 아빠 상현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속 아빠처럼 스스로 피의자가 된다. 하지만 이는 고의적인 선택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라도 죽였을 것 같다"란 젊은 형사의 말처럼, 영화는 그가 왜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내면에 상당 부분 집중한다. 영화는 원작 소설 속에 깃들어있는 사법 제도의 비판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아버지의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냈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타자에 대해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집단 안에서 피의자가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도 담아낸다. 군데 군데 피가 낭자하고 험악한 장면이 있지만, 감성 드라마처럼 보이는 것은 배우와 연출의 힘이다. 
특히 '방황하는 칼날'은 지난 25일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이 지목한 용의자를 살해한 남성이 경찰에 자수한 실제 사건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한공주'는 '그래도 세상을 살 만하다'를 말해주는 듯 아픔 속에서도 따뜻함이 충만하고, '방황하는 칼날'은 사법 기관을 믿지 않고 자신이 직접 법의 심판자가 된 남성의 편에 서 있지만 결국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두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현실은 곱씹게하는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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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방황하는 칼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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