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진화하려는 투수들의 노력은 보통 구종을 통해 결실을 맺곤 한다. 올해 10승 재등정을 노리는 윤희상(29, SK)도 마찬가지다. 포크볼을 두 가지로 던지기 위해 노력했던 윤희상은 이제 커브라는 또 하나의 무기와 함께 변신하고 있다. ‘포크볼러’라는 윤희상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제 지워질 때가 됐다.
윤희상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등판해 7이닝 동안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선발 투수의 몫을 다했다. 비록 팀이 1-1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를 챙기는 데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는 등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커브의 전면 등장이었다.
사실 윤희상이 커브를 못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커브를 간혹 섞어 던지곤 했다. 그러나 결정구로 쓰는 구종은 결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미끼였다. 그런데 윤희상이 이제 커브를 결정구로 쓰기 시작했다. 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두산 타자들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윤희상이 8일 경기에서 호투할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윤희상은 이날 총 92개의 공 중 변화구 구사 비율을 거의 비슷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주무기인 포크볼(15개)에 이어 가장 많이 던진 공이 바로 커브(13개)였다. 제구가 잘 돼 그 중 10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좋은 평가도 이어졌다. 현역 시절 커브를 잘 던지기로 유명했던 김원형 SK 투수코치는 “키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각이 좋은 것은 아닌데 윤희상의 커브는 각이 참 좋았다. 상대 타자가 타이밍을 예상하기 어려워 잘 먹혔다”라고 칭찬했다.
볼 배합의 승리였다는 것은 의미다. 호흡을 맞춘 포수 정상호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정상호는 “윤희상이라면 아무래도 다들 포크볼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볼 배합을 역으로 찌르자는 생각을 했다. 각도 좋고 구속도 느려 잘 통했다”라고 했다. 이날 윤희상의 커브는 최고 115㎞, 최저 106㎞였다. 직구 최고 구속 145㎞와는 40㎞ 가까이 차이가 났다. 3회 김현수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한 구종도 커브였다. 국내 최고의 교타자라는 김현수지만 예상을 하지 못한 공에는 도리가 없었다.
윤희상도 커브에 대해 “(정)상호형이 볼 배합을 잘했다”라면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실 윤희상은 스스로 느끼기에 아직도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다. 윤희상은 “(몸 상태가) 잘 안 올라온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7이닝을 1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무기를 조합한 영리함, 그리고 신무기인 커브가 주무기인 포크볼을 더 빛나게 했기 대문이다. 이미 리그 최정상급 포크볼을 던지는 윤희상의 커브는 다른 선수의 커브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올 시즌 기대치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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