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도 법칙있다, 정찬헌·정근우 사구의 교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22 06: 07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벤치 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때로는 의도된 빈볼로 벤치 클리어링을 연출하기도 한다.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하는데 그만한 방법도 없다.
지난 20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LG의 벤치 클리어링도 오해가 불거진 탓이지만 두 팀 모두 성적이 하위권이라는 영향도 없지 않았다. 한화는 연일 불펜 난조로 어려움을 겪으며 8위에 머물러 있었고, LG는 거듭된 연장 패배로 최하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양 팀 모두 1승에 목말랐고,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예민해지며 사태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빈볼에도 엄연히 법칙이 있다. 한화 선수들이 격분한 것은 정근우가 두 번이나 같은 투수 정찬헌에게 빈볼을 맞았고 그 부위가 어깨죽지로 머리에 가까웠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화의 한 선수는 "선수생명에 위협이 되는 빈볼을 던지는 건 아니다. 만약 머리에 맞고 큰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쩔건가"라고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6월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서 두 차례나 벤치 클리어링과 집단 난투극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까지 난투극에 참여, 애리조나 코치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등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사구에 대응하는 과정은 야구의 일부분"이라면서도 "상대가 두 번이나 빈볼을 던진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대를 존중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노기를 드러냈다. 당시 다저스는 야시엘 푸이그와 잭 그레인키가 이안 케네디로부터 안면과 어깨를 강타당했다. 두 번의 사구 모두 상체 위쪽을 향했다.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는 얼굴 쪽을 맞았다. 우리가 대응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애리조나는 또 다시 우리를 자극했다. 그것도 위험한 부위를 노렸다"며 분노했다. 추신수 역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이었던 2012년 4월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루이스 페레스의 머리 쪽 위협구에 흥분해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당시 추신수는 "빈볼이 경기의 일부라도 머리 쪽으로 날아드는 공은 다른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찬헌의 정근우 빈볼 사건도 벤치 클리어링의 방법이 잘못됐다는데 있다. 6회 첫 번째 사구는 빈볼이 아니었지만 8회 두 번째 사구는 두 번이나 정근우의 몸쪽으로 145~146km 직구를 던졌다. 한화 선수들은 "빈볼을 던져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볼을 던지더라도 부상 위험이 적은 엉덩이나 던져야 정당성을 갖는다.
빈볼은 소속팀 동료를 지키고, 상대에게 경고를 보내는 메시지 역할을 하는 필요악이다. 그러나 두 번 연속, 그것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코스로 던지는 건 불문율에도 위배된다. 빈볼에도 법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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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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