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원하던 4번타자의 모습 그대로다.
호르헤 칸투(32, 두산 베어스)가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4번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칸투는 3일 잠실 LG전에서 1-1 동점이던 7회초 스트라이크존 안쪽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143km)을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좌측 펜스 위를 넘어가는 역전 투런홈런이 됐다.
이 홈런 이후 두산 타선은 더욱 폭발하며 LG를 몰아세웠고, 8-3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칸투는 이번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의 흐름을 뒤집는 홈런으로 결승타를 만들어내며 시즌 8호 홈런으로 조쉬 벨(LG)과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칸투는 현대야구에서 각광받는 기록인 출루율에 있어 약점을 보이는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 104홈런을 때린 이력으로 주목받았지만, 통산 출루율은 .316으로 높은 편이 아니었다. 타율이 .271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출루율은 다소 아쉽다. 한국에서도 타율이 .318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출루율은 .333에 불과하다.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각각 하나씩밖에 얻지 못한 탓이다.
대신 경이로운 장타율을 보여주고 있다. 칸투의 장타율(.693)은 리그 3위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순수장타율(Isolated Power)은 .375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단타 누적으로 인한 장타율 상승분을 제외하고 누가 더 장타에 능한지만 놓고 보면 현 시점에 칸투보다 뛰어난 타자는 없다는 의미다.
2번째로 놀라운 점은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이러한 기록들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작은 구장에서 홈런을 몰아친 것도 아니다. 칸투의 홈런 8개 중 4개는 잠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남은 4개 중 2개도 대전에서 뽑아냈다. 타석에서 펜스까지 이르는 거리는 칸투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시즌 각 팀의 외국인 타자들은 저마다 팀이 원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거포 유형이 아닌 선수들 중에서 비니 로티노(넥센 히어로즈)는 포지션을 옮겨 다니며 팀의 약점을 메워주고 있고,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라이온즈)는 내야의 한 자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칸투는 ‘해결사 본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팀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있다.
칸투를 통해 볼 수 있는 3번째 놀라움은 바로 이 해결사 본능이다. 칸투는 타율이 .318인 데 반해 득점권에서는 .194로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결승타는 벌써 6번이나 때려냈다. 결승타는 팀 내 최다이며, 자신의 결승타로 만든 승리가 팀 전체 승리(14승)의 43%나 된다.
칸투는 많은 득점권 찬스에서 침묵했지만, 정말로 장타 한 방이 필요한 순간에는 여지없이 장타를 폭발시켰다. 특히 LG와의 잠실 라이벌전에서 거둔 2번의 승리에서는 모두 칸투의 홈런이 결승타가 됐다. 팬들에게는 더욱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장면이다.
칸투는 홈런 공동 선두가 된 것에 대해 “홈런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팀 순위에 도움이 되는 홈런을 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칸투는 자신의 홈런 순위에도 신경을 써야만 한다. 칸투의 홈런이 곧 두산의 승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