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의 핵심, 약한 롱릴리프와 추격조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6.08 10: 40

이번 시즌 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은 어느 때보다도 심하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 없고, 9팀 중 4팀의 팀 평균자책점이 5.80 이상이다.
타격은 정 반대다. 두산 베어스는 팀 타율이 3할을 웃도는 .308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54경기를 치른 현재 벌써 홈런이 80개다. 리그 평균 타율이 .289로 치솟아 이제 3할 타자가 아니면 좋은 타자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의 타율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타고투저’의 원인으로는 여러 이유가 꼽힌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리그 참가로 인한 선수 이동, 각 팀의 외국인 타자 영입이 바로 그것이다. 리그 1군 엔트리가 한 팀 숫자만큼 늘면서 타자들은 약한 투수들을 상대할 기회가 전보다 많아졌다.

‘타고투저’의 핵심, 약한 롱릴리프와 추격조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도 리그가 확장될 때 각종 타격 기록들이 양산됐다. 대표적인 것이 탬파베이 데블레이스(현 레이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리그에 참여한 1998년 펼쳐진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대결이다. 약물의 힘을 빌리기도 했지만, 리그 확장으로 인한 투수들의 수준 저하가 적잖은 원인을 제공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타자들의 신들린 타격 행진이 외국인 타자 영입에 따른 효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이재원(SK), 나성범(NC) 등 국내 타자들의 돌풍이 더 거세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투수들의 문제가 더 자주 언급되고 있다. 류현진(LA 다저스), 윤석민(볼티모어 오리올스), 오승환(한신 타이거즈) 등이 빠져나간 것도 하나의 추가적 요인이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감독들은 롱릴리프 투수들의 기량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필승조-추격조 차이가 심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 중에서도 선발이 무너질 경우 나오는 2번째 투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들은 2~3이닝 정도를 책임져야 하는데, 이 롱릴리프는 모든 팀들의 고민사항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의 생각도 같다. 류 감독도 시즌 초 리그 전반에 걸친 투수 부족으로 인한 롱릴리프 부재를 문제로 진단했다. 선발이 조기 강판된 경기에서 2~3이닝을 안정적으로 끌어줄 투수가 없어 점수 차가 더 벌어지고, 앞선 팀도 여유 있는 마운드 운용을 하다 추격을 허용해 양 팀 모두 다득점으로 이어지는 경기가 이번 시즌에는 유독 많았다.
경기는 흐름에 의해 좌우된다. 똑같이 선발이 일찍 물러나도 롱릴리프가 막으면 양 팀 합계 10점 정도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 팀이 일찌감치 무너지고, 앞선 팀은 필승조를 아끼려다 맹추격을 허용해 양 팀의 득점 합이 20점에 이르는 경우도 흔하다. 선발의 불안에서 시작된 다득점 흐름을 저지할 수준급 롱릴리프와 추격조가 없는 현실이 타고투저 현상의 원인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