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올해는 32년 만에 타율 4할을 달성하는 선수가 나올 것인가. SK 와이번스 이재원(26)은 가장 강력한 후보다. 이재원은 22일 현재 타율 4할4리(218타수 88안타)로 여전히 4할 허들을 넘고 있다. 비록 최근 5경기에서 18타수 2안타, 타율 1할1푼1리로 페이스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4할은 사수하고 있다.
이재원이 4할 타율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페이스 조절이다. 아직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없는 이재원에게 여름은 위기의 계절이다. 게다가 최근 이재원은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로 출전하는 날까지 늘어나고 있다. 포수로 출전한 경기에서도 이재원은 3할4푼의 고타율을 유지하지만 지명타자로 나서는 날보다는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만약 이재원이 전반기를 4할 타율로 마감할 수 있다면 후반기에는 정말 대기록을 노려볼 만하다. 이재원은 현재 팀이 64경기를 치른 가운데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역대 5번째에 해당한다. 1위는 물론 1982년 시즌을 4할1푼2리로 마감, 유일한 4할 타자로 남아 있는 백인천이다. SK는 전반기 20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재원이 그때까지 4할을 유지하면 역대 3위까지 순위가 올라간다.

과연 SK 이만수 감독은 이재원의 대기록 달성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 감독은 "타자가 타율 4할을 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 포수로 출전하면서 타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보다는 이재원의 페이스가 떨어질 때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본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이 감독은 만약 이재원이 후반기에도 타율 4할을 유지한다면 기록 달성을 위해 배려를 해 줄까. 여기서 배려란 규정타석만 채우고 결장하는 극단적인 관리가 아니라 지명타자 선발출전이나 이른 교체 등 체력관리를 해주는 걸 의미한다.
이 말이 나오자 이 감독은 갑자기 굳은 얼굴로 "대기록은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 내가 현역시절에 논란의 장본인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타자 트리플크라운(타율,타점,홈런)이 나온 1984년. 이 감독은 현역시절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당시 삼성 감독이었던 김영덕 감독은 경쟁자 홍문종(롯데)을 따돌리기 위해 롯데와 가진 2연전에서 9연타석 고의4구를 지시한다. 그렇게 타격왕까지 가져간 이 감독은 한동안 비난에 시달렸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 사건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그런 아픔이 있는 이 감독이기에 이재원의 기록달성을 위해 관리를 해준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 감독은 "강한 투수 나온다고 해서 빼고, 약한 투수 나온다고 치고 해서 만든 기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한 기록은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 한 과정에서 나와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1941년 최종전을 앞두고 타율 .39955로 '반올림 4할'을 달성한 테드 윌리엄스는 감독이 자신을 라인업에서 빼자 당장 찾아가 '오늘 못치면 난 4할 타자가 아니다'라며 따졌고 결국 8타수 6안타로 타율 4할6리로 시즌을 마친다. 기록은 정정당당하게 탄생해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이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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