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본격적인 셀러브리티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가수 이효리의 행보가 새삼 인상적이다.
유명 연예인이 SNS에 한마디하면 수백개의 기사가 나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효리는 대중이 유명인의 영향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나아가 이들의 일상이라는 상품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 지점을 기민하게 캐치하고 있는 듯하다.
한창 때인 인기그룹의 경우 6개월만의 컴백도 '오랜만'으로 평가받는 발빠른 가요계서 그는 '가수 이효리'를 잠깐 내려놓고 '유명한 이효리'로 나서고 있는 중.

이제 그의 콘텐츠는 음악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짧은 다리가 싫었지만 이제 만족한다고 고백하고, 남편 이상순의 사진을 공개하고, 정성껏 차린 밥상을 보여준다. 유명한 여자, 아니 일반 여성들도 하기 힘든 생리대 추천까지, 그가 만들어내는 일상 콘텐츠는 그의 음악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흥미롭다.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들썩이는 블로그 안에는 그에게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단단한 철옹성을 이루고 있다. 그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고, 옷과 화장품을 따라사던 '워너비'들은 이제 영역을 확대해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따라하거나 동경하거나 구경하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친환경적이며, 많은 걸 '내려놓은' 듯한 그의 일상은 사람들에게 '멋있게 산다'는 감탄을 주기도 하고, 대리 만족을 주기도 하고, '돈이 많으니까 저럴 수 있지'라는 삐뚤어진 생각도 들게 한다. 어찌됐든 그는 성공한 30대 여성의 가장 여유로우면서도 번뇌 많은 매혹적인 일상을 공개하며 그 누구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섹시 아이콘의 '그 다음 페이지'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보면 그는 일찍이 미디어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2003년 '텐미닛'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였을 당시 이효리가 스포츠신문 1면에 등장하면 신문이 수만부씩 더 팔린다던 '전설'은 국내 연예 저널리즘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안 중 하나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경쟁적으로 1면에 실리던 그는 매우 작은 소식까지도 1면을 장식했고 이는 아직도 굳건한 아이콘으로서의 이효리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이제 신문 1면은 포털사이트 검색어가 대체하고 있는데, 이효리는 미디어를 성공적으로 바꿔내며 블로그를 통해 '1면 스타'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블로그가 "대중에게서 잊혀지기 싫은" 고민에서 출발한 상품이었다면 대성공이며, 팬들과의 작은 소통 공간이 필요했던 정도라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목도다.
사실 이효리가 미디어와 관련해 모두 능했던 건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에 가깝다. 그는 사생활 보도에 몇차례 불쾌감을 토로한 바있고, 공식 기자회견에도 '당당하게' 지각해 일반 취재 기자와 마찰을 빚은 전력도 있다. 요즘도 그는 언론에 '프렌들리'한 연예인과는 꽤 거리가 있는 걸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스스로의 방식으로 대중과의 소통 지점을 찾아내고 이를 성공해내는(현재까지는) 그의 행보는 매우 인상적이다. 자기가 쓰던 생리대까지 꺼내들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그의 뉴스와 함께 오르내리는 후배 가수들의 사생활 보도는 그래서 더욱 강한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요즘 이효리의 직속 후배들인 걸그룹 멤버들은 집요한 사생활 보도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연예가는 지금 사생활을 둘러싼 연예인과 미디어 간 긴장도가 극에 달해있다. 28일 오전에는 김민준이 인천공항에서 사진기자들에게 손가락 욕을 한 사건도 발생했다. 몸싸움이나 매우 큰 갈등이 있은 후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평소 기자들에 대한 그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 사안을 두고는 '기레기'에 욕을 퍼붓고 있는 네티즌도 불과 며칠전 최자의 지갑 속 사적인 사진을 만방에 알린 게시물에 대해서는 환호를 내질렀다는 점에서 일종의 분열 현상도 보인다. 이는 미디어도, 연예인 본인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출입국 정보를 문자메시지, 메일로 보내주며 공항 사진을 찍어달라는 연예기획사의 연락이 오고 있는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항이 언제부터 포토월이었느냐는 불만이 높다. SNS에 셀카를 찍어올렸다며 기사화를 부탁하는 연락은 하루에도 수십통씩 오는데, 또 SNS에 한 실수가 기사화됐을 땐 연예저널리즘의 얄팍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사생활을 까발리고 공유하는 기술은 무한대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잣대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자정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쭉 뻗어나가 '한국의 킴 카다시안'이라도 탄생시킬 것인가. 갈림길에 선 상태다.

그래서일 것이다. 이 복잡한 연예계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물리적, 심리적으로 훌쩍 멀어져, 자기 주도적으로 일상을 공개하고(가공도 좀 거칠 것이고), 그러면서도 이를 통해 음반을 냈을 때만큼이나 주목을 끌어내는 이효리가 새삼 흥미롭다. 신비주의 시대가 끝난 지금, 사생활 공개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후배 가수들에게 그는 참으로 부러운 롤모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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