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고 있는 SK가 마운드를 놓고 다시 고민에 들어갔다. 마운드가 버티지 못하면 마지막 대반격도 없다는 점에서 그 고민을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팀의 최종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는 3일까지 38승51패(.427)를 기록해 최하위 한화에 3경기 앞선 8위에 처져 있다. 갈 길이 멀다. 4위 롯데와의 승차는 6경기다. 산술적으로 뒤집기가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4위부터 7위까지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SK는 정상적인 전력도 아니다. 주축 선수들 몇몇이 빠져 있다. 야구계에서는 “한 달에 3경기를 좁히면 많이 좁힌 것”이라는 말을 한다. SK는 분명 기적이 필요하다.
외국인 타자 없이 잔여 시즌을 치르게 될 타선은 일단 상승세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정의 복귀 후 라인업에 무게가 실렸다. 최정과 이재원의 뒤를 받칠 5·6번 타순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김강민과 박정권이라는 베테랑 선수들이 분전하면서 힘이 실렸다. 기복이야 피할 수 없는 일이나 내부적으로는 “해볼 만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마운드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윤희상 박희수 박정배 등 핵심 요원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는 점도 뼈아프다.

가장 중요한 것은 4·5선발이다. SK는 김광현과 트래비스 밴와트가 힘을 내고 있다. 팀의 원투 펀치로서 앞으로도 활약이 기대된다. 3선발은 베테랑 채병룡이다. 최근 부진하기는 하지만 이만수 감독은 “한 차례 아픈 이후 구위가 떨어졌다. 원래 모습을 찾는다면 괜찮을 것”이라며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윤희상의 부상 이탈, 로스 울프의 마무리 전환으로 4·5선발이 텅 비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원투펀치가 앞으로 연승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뒤의 선발이 부진하다면 팀 자체는 연승이 어려워진다. 성적에 악영향을 줌은 물론 분위기도 끊기게 되어 있다. 일단 이 감독은 4일 문학 NC전 선발로 나서는 김대유를 비롯, 고효준 문광은 여건욱을 후보자로 올려두고 있다.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고 밝힌 이 감독은 “이들이 SK의 미래다”라며 깜짝 스타의 출현을 고대했다.
그런데 4·5선발 구도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로 울프의 보직이 또 한 번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 박희수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어깨 통증으로 6월 중순 2군에 내려갔던 박희수는 최근 2군에 합류해 실전 피칭을 가졌다. 2일 송도LNG구장에서 열린 LG 2군과의 경기에서 6회 1사에 등판해 두 타자를 잘 막았다. 박희수가 돌아온다면 임시 마무리를 맡고 있는 울프를 선발로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박희수의 복귀 시점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스스로도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단도 8월 중순 정도를 예상할 뿐 어깨 상태를 계속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이 감독 역시 “아직은 80% 수준이다. 언제 올라올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돌려 말하면 울프의 보직 구상에 대해 아직은 생각할 시간이 좀 더 남아있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박희수의 복귀하면 울프의 보직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차근차근 생각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만약 박희수가 정상적인 구위를 찾아 뒷문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이 설 경우 울프는 다시 선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울프가 마무리 전환 후 실점 없이 비교적 잘 버티고 있지만 선발진의 구멍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도 “박희수와 울프가 모두 불펜에 있다면 이기는 경기에서는 이길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나. 하지만 남은 경기가 얼마 없다”라며 다시 보직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SK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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