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우연 공화국인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0.01 07: 08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두세번의 우연은 분명 필연이겠지만, 한국 드라마의 우연 의존증이 꽤 심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대부분의 드라마 1회는 각 등장인물들을 한 군데 모으기 위해, 우연에 또 우연을 겹쳐놓고 있어 '우연히 만나기'가 국내 드라마의 오프닝 작법으로 굳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판타지와 현실 드라마의 어중간한 지점에 있는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가 죽은 애인의 여동생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죽은 언니의 '보이지 않는 손'이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 과정은 큰 설득력이 없이 그려졌다.

호텔에서 일하고 있던 세나(크리스탈 분)에게 현욱(비 분)의 개 달봉이가 달려가 두 사람이 만나는 것.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현욱은 세나에게 개를 봐달라고 부탁하는데, 그가 그토록 찾아헤매던 애인의 동생이 바로 세나라는 점에서 실로 깜짝 놀라지 않을 우연이 펼쳐진다.
연애의 과정을 발칙하게 그려내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KBS '연애의 발견'도 우연을 피해가진 못했다. 여름(정유미 분)은 남자친구 하진(성준 분)이 선을 보고 있는 현장을 급습, 호텔 커피숍에서 아무 자리에 앉아 도움을 요청하는데 하필이면 맞은 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바로 전 남자친구 태하(에릭 분)이었다. 최악의 우연인 셈.
KBS '아이언맨'도 우연과 운명이 헷갈린다. 홍빈(이동욱 분)은 병원에 갔다가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맡고 그 주인공을 궁금해 하는데, 주인공인 손세동(신세경 분)은 하필이면 자신이 사들였던 게임 개발자였다. 두 사람은 이후 티격태격하며 인연을 이어간다.
MBC '내 생애 봄날'은 한 수 위다. 축산업체 사장 동하(감우성 분)는 고기를 팔다가 한 고객을 크게 혼내게 되는데, 하필이면 이 고객은 자신의 아내 심장을 이식을 받은 봄이(수영 분)였다. 첫 만남부터 크게 티격태격했던 두 사람은 우도에서 또 우연히 만난다. 이봄이는 위험하다는 강동하의 말을 듣지 않고 홀로 바닷가에서 걸어 나오다 바닷물에 빠지게 되고, 이를 본 동하가 놀라 바닷물에 뛰어들어 그를 구한다. 동하의 부인이 일부러 만들어낸 설정이 아니라면, 믿기지 않는 우연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드라마가 의미심장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우연에 우연을 거쳐 만나는 스토리를 쌓고 있는 중. 우연이 계속되면 인연이라는 주제를 말하려 하는 게 아니라면, 이같은 우연 의존은 오히려 개연성을 떨어뜨린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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