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들이라고 해서 야구만 하는 기계는 아니다. 쉴 때는 쉬어야 하고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프로야구가 비활동기간 훈련을 놓고 수년째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번엔 재활선수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향후 선수들의 목을 죌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후속 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2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14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정기총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했다. 여기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것은 역시 비활동기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행 규정상에도 비활동기간인 12월 1일부터 1월 15일까지는 단체 훈련이 금지되어 있다. 선수의 자율 훈련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자율을 가장한 단체 훈련이 실시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선수협이 강력한 쐐기를 꺼내든 것이다.
서재응 선수협 회장은 총회 후 “선수협에서는 12월 1일부터 1월 15일까지 재활선수도 예외 없이 활동에 참가할 수 없도록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발견된다면 별도의 벌금이 나간다. 훈련은 구단이 시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단이 벌금을 내게 될 것이다. 어느 팀인지도 공개하겠다”라고 강한 어조를 이어갔다. 그간 용인해왔던 재활선수도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 눈에 띈다. 말 그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선수를 총망라하는 선수협 차원의 규율이다.
불과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벌금을 내면서까지 겨울 전지훈련을 떠나는 팀도 있었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규정상 보장된 기간인 만큼 구단도, 현장도 이를 지켜야 한다. 또한 이번 결정은 현장이 둔 다소간의 ‘무리수’에 대한 공식적인 반발인 측면도 있다. 최근 현장은 단체 훈련을 하지 않는 대신 암묵적으로 선수들의 훈련 일정을 관리하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자율이 아니다. 선수협이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취지는 옳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겨울 동안 노는 것은 아니다. 의식이 제대로 박힌 선수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 과정을 끊임없이 거친 선수들이 1군의 스타플레이어들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이 방식이 정착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시행착오에서 희생되는 선수들이 문제다. 사각지대가 있는 탓이다. 끊임없이 제기된 저연봉·저연차 선수들을 위한 구단 훈련장 개방 문제, 그리고 재활선수들이 대표적이다.
500명이 넘는 인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은 없다. 선수협도 이 점을 고민했고 결국 다수결에 따랐다고 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당장 선수협 내부에서도 교통정리가 명확하지 않았다. 훈련장은 개방하되 선수협 차원에서 자율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모든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훈련장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은 가중된다. 올해 들어서야 1군에 올라온 한 선수는 “전체적인 결정에 따라야 한다”라면서도 “구단 훈련장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는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금전적인 부담이야 투자라고 칠 수 있는데 시설의 선택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다”라고 고민을 드러냈다. 피트니스 클럽이 대중화됨에 따라 기본적인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다. 야구선수들이 해야 할 운동이 따로 있는 법인데 이런 시설까지 갖춘 시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지불해야 할 금전적 대가가 커진다.
재활선수들은 울상이다. 한 선수는 “몸이 아픈 선수들은 추운 겨울 한국에서 재활하기가 어렵다. 실내에서 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투수들의 경우는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도 해야 하는데 그런 시설이 몇이나 되는가”고 지적했다. 최근 구단들이 따뜻한 해외 재활 캠프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이런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부담을 덜어 더 빠른 전력화가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기서도 ‘단체 훈련’ 의혹이 나왔기에 이번 선수협이 철퇴를 가했지만 유연성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구단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벌금을 내면서까지 선수들을 재활캠프에 보내겠는가”라고 전망했다. 피해는 선수들이 받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 재활캠프에 가기 위해 자원하는 선수들은 줄을 섰다. 구단이 선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비행기 값을 낼 테니 숙소와 훈련장만 지원해 달라고 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재활캠프의 성과는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구단이 이득이지만 선수들도 수혜의 일정 부분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이런 선수협의 결정에 구단이 또 어떤 ‘편법’을 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선수협의 위신도 문제가 된다.
선수협의 이번 결정은 대승적인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한 번 결정을 내린 만큼 지켜져야 함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후속 대책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를 보는 선수가 생기고, 이는 선수협이 말한 ‘형평성’의 원칙에서 위배된다. “동등하지 않은 자를 동등하게 취급해” 문제가 생기면 이는 형평성이 아니다. 생각의 전환에 따라 일부는 예외를 두되 선수협 차원에서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선수협의 결정에 선수들이 위협에 노출되는 자승자박은 피해야 한다. 선수협의 현명한 후속대책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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