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렸던 이수혁. 적지 않은 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그를 모델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주인공을 고집하지 않았던 탓에 작은 역할들을 주로 해왔고, 작품 속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적도 없었기에, 그의 이름은 런웨이에서 더 유명한 이름이다.
하지만 '일리있는 사랑'의 이수혁은 달랐다. 첫등장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알렸다. 첫 신부터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을 보여주며 주인공 일리(이시영)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혼을 쏙 뺐다.

이어 일리와 티격태격거리며 로맨틱 코미디의 익숙한 첫 장면을 연출했다. 앙숙인 두 남녀가 결국은 사랑에 빠지는 공식답게, 두 사람은 사사건건 으르렁거렸다. 말 한마디 지지 않고 탁구공을 튀기듯 대사를 주고 받는 일리와 김준은 그 자체로 좋은 그림이 됐다.
말많은 사차원 아줌마 일리와 단순무식해 보이는 목수 김준의 이색 조합은, 그 시작부터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두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이시영과 이수혁은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연기해내며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수혁은 남성미 가득한 캐릭터를 만나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늦가을 햇살에 옷을 터는 모습도 그 자체로 '그림'이었고, 굵은 저음으로 툭툭 내뱉는 대사도 일리 뿐 아니라 시청자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2006넌 영화 '투사부일체'를 통해 연기자로서 변신을 꾀한 이수혁. 8년만에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은 듯 하다. '일리있는 사랑'이 이수혁의 대표작이 되길 바라며, 이 작품을 시작으로 배우로서 훨훨 날아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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