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것도 2년 연속이다. 그런데 연봉협상에서 때 아닌 훈풍이 불고 있다. 땀으로 구단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 선수에게는 확실히 대우한다는 기본 방침 속에, 주축 선수들의 연봉이 대폭 인상될 전망이다.
박진만(1억5000만 원)을 신호탄으로 연봉 협상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SK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까지의 연봉 협상 상황을 밝혔다. 51명의 재계약 대상자 중 34명(66.7%)과 연봉 재계약을 마친 SK의 ‘현황표’를 보면 100% 이상의 인상률을 보인 선수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여기에 특별한 부상이나 부진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선수들은 모두 연봉이 조금이라도 뛰었다.
김광현의 연봉 재계약 발표 때부터 예감된 부분이다. SK는 지난 14일 김광현과 3억3000만 원(122.2%)이 오른 6억 원에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고 알렸다. 비FA선수로는 최고 인상액이었으며 SK 투수 역사상 가장 높은 연봉이기도 하다. 올해 에이스로서 팀 마운드를 이끈 ‘고과’와는 별개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애정을 보여 왔다는 점, 그리고 MLB 도전을 잠시 미룬 보상 등 ‘프리미엄’이 추가돼 예상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17일 발표된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전반기 팀 타선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이재원은 기존 7500만 원에서 무려 1억 원(133.3%)이 오른 1억75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주전 유격수로 맹활약한 김성현은 7000만 원에서 100% 오른 1억4000만 원, 그리고 올해 28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가는 등 리드오프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내비친 이명기와도 6000만 원 오른 1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선수들도 예상하지 못한 인상폭이었다는 후문이다. 첫 억대 연봉에 진입한 이명기는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구단에서 많이 신경을 써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개인별로 인상 요인은 확실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는 냉정한 현실은 분명했다. SK도 대개 지금까지 팀 성적에 맞춰 연봉 총액을 정해두고 고과에 따라 분배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틀을 깨고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는 확실한 대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외에도 34명 중 4명을 제외한 30명의 선수들이 연봉이 오르거나 최소 동결됐다. 2군 선수들의 경우는 최저 연봉 인상에 따른 인상도 있었지만 최근 도입해 적용하고 있는 퓨처스리그 고과제도의 수혜를 받아 100~200만 원 정도를 더 받은 선수도 있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치고는 테이블 자체가 그다지 차갑지 않은 편이다.
팀 분위기 전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SK는 이번 FA시장에서 팀의 주축 선수들을 대거 지켜내는 성과를 거뒀다. “대우를 할 선수는 확실히 한다”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이미지 쇄신까지 이뤄냈다. 여기에 연봉협상에서도 비교적 좋은 대우를 해줌에 따라 김용희 신임감독 취임 이후 진행되고 있는 팀 분위기 전환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편 미계약자 중에서는 예비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꽤 있다. SK는 고과를 기본으로 하되 이 선수들에게도 적당한 프리미엄은 챙겨준다는 방침이라 협상이 순탄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FA시장, 그리고 스토브리그에서 SK의 파격행보가 단연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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