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버림만 받던 한 남자가 있다. 스스로 세상과 작별한 아버지, 재혼해 집을 떠난 어머니, 소년원에 간 사이에 죽어버린 할머니, 생일날 갑자기 사라진 사부 등. 사람들에 상처만 받다가 결국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어 닫은 지창욱이 자신의 틀을 다시 한 번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 10회에서는 정후(지창욱 분)가 아버지 준석(지일주 분)과 관련한 일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린 시절 고아가 된 정후를 거둬 키운 그의 사부 영재(오광록 분)는 정후가 성인이 되던 날 훌쩍 떠나 8년 만에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고, 그의 아버지에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날 정후는 아버지가 왜 자살했는지 물었고, 영재는 준석이 사람을 죽인 죄책감에 자살했다고 답했다. 정후는 “아버지는 살인범, 나는 도둑놈”이라면서 괴로워했지만, 영재는 그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보라고 조언하면서, 정후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특히 정후의 변화가 시선을 끌었다. 언제나 버림 받아 상처 밖에 남지 않았던 정후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아왔는데, 영신(박민영 분)을 만나면서 사람들 사이에 다시 파고들고 있는 것. 정후는 사람의 따뜻한 관심이 다시 그리워졌고, 또 그로 인해 자신의 과거, 아버지의 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차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위장한 출입문마저 몇 겹의 잠금 장치가 심어져 있는 삭막한 건물에서 홀로 살던 정후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사부가 엉망으로 남겨놓은 생일 케이크를 먹은 것으로도 이전과는 달라진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한 바 있다. 극의 딱 절반을 달려온 ‘힐러’에서는 앞으로 정후의 앞에 펼쳐질 위험한 진실, 영신과의 애틋한 러브라인과 함께 그의 인격적인 성장과 늘 외로웠던 그의 힐링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여 기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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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