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늦은 시간까지 땀을 흘리고 있다. 떠들썩한 지옥훈련은 아니지만 집중도는 높다.
김태형 감독은 훈련에 있어 양보다 질을 추구하겠다는 것을 이미 수차례 언급했다. 일괄적인 팀 훈련을 늘리기보다 개개인에게 목표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책임감을 얹는다. 자기 분량을 채우면 훈련을 강요하는 것도 없다. 대표적인 예가 잭 루츠다. 김 감독은 “루츠는 자기 것만 하면 쉬어도 된다”고 했다. 물론 루츠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몸을 푸는 등 의욕적으로 운동하고 있어 쉬라는 조언이 먹히지 않는다.
요즘 선수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는 믿음이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그림을 완성한다. 감독은 가끔씩 긴장이 풀리는 것만 잡아준다. 과감한 플레이를 시도하다 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지만, 기본기가 지켜지지 않으면 꼭 짚고 넘어간다. 25일 소프트뱅크와의 경기 직후 베이스 커버가 되지 않은 것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 좋은 예다.

그렇다고 훈련양이 적은 것도 결코 아니다. 저녁식사 후에도 쉴 틈이 없다. 일부 투수들은 야간 섀도우 피칭을 하고,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선수들은 영상을 보거나 전력분석 시간을 갖는다. 숙소 근처에서는 투수들이 손에 쥔 수건으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야수들 역시 마찬가지로 야간 연습이 계획되어 있다. 매일 아침식사까지 마치고 숙소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 오전 9~10시 정도가 되니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크게 여유가 없다.
아침도 거를 수가 없다. 매일 스케줄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확인할 수 있게 전날이 아닌 당일 이른 시간에 붙여둔다. 잠자리에 늦게 드는 선수들이 스케줄을 확인하려면 그만큼 수면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하려는 조치다.
이러한 야간훈련은 일본 팀과 경기를 했거나 청백전을 치른 날에도 계속된다. 부임 직후 “선수들을 몰아붙이지는 않겠지만 훈련 양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라고 했던 김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눈에 띄는 점은 자율의 비중을 늘리면서 일률적인 훈련을 줄인 부분이다.
날씨가 좋았던 애리조나와 미야자키를 거치며 훈련이 많이 진행되어 있는 상태지만, 실전 경험을 많이 쌓지는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예정됐던 6차례 연습경기 가운데 2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이제 두산은 2월 28일과 3월 2일에 자체 청백전을 편성했다. 일본 팀과의 연습경기에서는 크게 중용되지 못했던 백업 야수들과 젊은 투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두 나라를 오가며 1개월 반 이상 진행되고 있는 두산의 전지훈련도 이제 막바지다. 김 감독은 2월을 마무리하는 28일에 자체 청백전을 마친 뒤 팀 전지훈련 성과에 85점을 줬다. 하지만 아직도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미야자키의 하루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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