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분신들, 왜 이런 행동을 할까?'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의 가장 큰 수혜자는 주인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까다롭게 배우를 결정하는 것으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주변 인물을 주연 못지않게 '띄우는' 방법은 획기적이기까지 하다.
임성한 작가가 집필하는 ‘압구정백야’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는 가족 드라마.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물을 주목하게 만드는 방법은 '왜 이 인물이 여기에서 이런 행동을 할까'란 궁금증을 심어주는 것이다.

최근 가장 회자되는 배우는 유선지 역 백옥담.
백옥담 자체가 소속사도 없고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만 주로 출연하는 임성한 작가의 조카라는 사실 때문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어느 정도의 신비주의가 있다.
이런 백옥담이 분한 육선지는 시청자들을 갑자기 놀래키거나 별안간 '뒤통수'를 치는 캐릭터다. 지난 2일 방송에서는 백옥담이 걸그룹 EXID의 '위 아래' 춤을 추며 첫날 밤을 보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육선지는 결혼식을 마친 후 호텔에서 별안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왔고, 남편까지 한복을 입혔다. '왜?'란 의문점이 드는 것이 사실. 곧바로 남편은 몸이 뜨거워서 열기를 시켜야겠다며 '위아래'를 틀었고, 이에 맞춰 두 부부는 신나게 몸을 풀며 가까워졌다. 임성한 작가가 방송을 통해 조카의 홍보활동을 벌이는거냐, 란 의견이 있을 정도로 비난이 거셌는데, 나름 '병맛 코드'의 재미를 안겼다는 반응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보다 더 백옥담이란 인물에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은 그 캐릭터의 입체성에 있다. 자매나 다름없는 절친인 백야(박하나)를 막상 남부러울 게 없는 시아주버니가 좋아하자 자신과 '꼬이게'될 관계를 걱정하며 심지어 백야를 '과부'라고 칭한다. 이중성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과연 육선지가 '왜 이러나' 싶다. 어쩌면 인간의 이중성이 아닌,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일지도 모르겠으나 '압구정 백야'가 그런 인간의 밑바닥을 깊에 고찰하는 드라마인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다른 흥미로운 배우는 정삼희 작가 역 이효영이다.
이 인물은 별안간 나타난 새로운 재미인데, 처음에는 어색한 연기로 '뭐야?'란 웃음을 안기더니 이제는 앞으로 극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지 기대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정 작가 역시 시청자들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할까'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난 달 27일 방송에서는 드라마 캐스팅을 위해 정 작가를 찾아간 조지아(황정서 분)가 자신에게 퉁명스럽게 행동하는 정 작가에게 분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른바 '작가 갑질'로 비춰지기 충분했다. 하지만 지아의 엄마인 서은하(이보희 분)는 "원래 다 그런 것"이라면서 타일렀다.
백옥담이 조카로서 임성한 작가의 시그니처 같은 배우라면 정 작가는 같은 직업으로서 임성한 자신을 투영한 또 다른 분신인 듯 보인다. 남들에게는 갑질로 비춰질 수 있으나 나름 확고한 작가로서의 신념을 갖고 있고, 시청자들의 뇌에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듯한 어조의 대사를 내뱉는다. '작가 신격화'라고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장화엄(강은탁 분)은 이런 정 작가에게 "작가는 인간에 연민 있어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한다. 이런 정 작가의 모습이 마냥 로맨스 형성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만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인물에게는 비밀스러움에서 나오는 묘한 매력이 있다. '떡볶이 정도를 사줘야' 어울려 보였던, 다소 촌스러운 인상의 그가 지아 모녀가 마련한 비싼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 음식을 척척 시키며 반전을 뽐냈다. 외모적인 변신도 컸다. 임성한 작가는 정 작가가 '알고보니 이런 사람'임을 작정하고 보여줬다.
알고보니 정 작가가 조지아를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과 누나를 버리고 간 자신의 엄마와 너무 닮아서라고 했다.이름까지 같다고.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들. 자연스럽게 임성한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란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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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