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지만 그 침묵이 환호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뉴욕 메츠의 에이스 맷 하비(26)가 완벽한 복귀전을 치르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일각에서는 클레이튼 커쇼(27, LA 다저스)의 아성에 도전할 것이라며 양자의 경쟁구도를 잔뜩 부추기고 있다.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년 이상 재활에 매달렸던 하비는 7일(한국시간) 트랜디션필드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해 2이닝 동안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6명의 타자에게 단 한 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퍼펙트 피칭이었다. 경기장을 메운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로 에이스의 귀환을 축하했다.
시범경기지만 내용적으로 여러 의미가 있는 한 판이었다. 부상 전력에 굴하지 않고 생생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날 하비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무려 99마일(159.3㎞)에 달했다. 98마일의 공도 여러 차례 찍혔다. 이런 하비의 불같은 강속구에 디트로이트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2S 상황에서 ‘칠테면 쳐보라’라는 식의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것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메츠의 특급 유망주로 손꼽힌 하비는 2012년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데뷔했고 2013년에는 26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며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2013년을 기준으로 평균 95.8마일(154㎞)에 이른 강속구는 하비의 최고 무기이자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빠른 공이었다. 홈구장에 열린 2013년 올스타전에는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나서는 영예도 얻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이 드러나며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해는 재활에만 매진했다.
비록 부상으로 상승세가 끊겼지만 토미존 서저리가 대중화된 수술 방식이며 수술 후 더 좋은 구위를 던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하비의 이날 경기에서 수술 후유증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변화구보다는 주로 직구로 컨디션을 조절했음에도 디트로이트 타자들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에이스의 제대로 된 귀환을 알리는 전주곡과 다름 아니었다.
건강한 하비라면 사이영상에도 도전할 수 있는 선수다. 2013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클레이튼 커쇼의 성적과 비교해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커쇼 1.83, 하비 2.27) 등 전반적인 성적은 커쇼가 앞서지만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는 거의 비슷했다. 탈삼진 능력은 오히려 하비가 더 좋았다. 당시 하비는 178⅓이닝에서 무려 19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하비가 구위를 유지하고 한층 노련해질 수 있다면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를 향한 두 선수의 경쟁도 치열해진다. 왼손(커쇼)과 오른손(하비)이라는 차이점, 동부(뉴욕)와 서부(LA)의 최대 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 등 여러모로 비교를 붙이기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최근 4년간 세 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있는 커쇼에 진정한 대항마가 등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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