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 서애 류성룡을 연기하고 있는 김상중이 사용한 표현이다. 그의 말처럼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은 전작인 ‘정도전’에 비해 주인공의 캐릭터나 감정의 진폭이 큰 작품이 아니다. 매우 올곧은 인물이긴 하지만, 주인공에 동요하고 몰입하기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김상중은 10일 오후 1시 KBS 수원센터에서 열린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극본 정형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의 현장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배역 류성룡에 대해 “재미없는 분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분이다. 이렇게 정적이고 큰 감정의 동요가 없는 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가수다’를 재밌게 봤다. 폭발적 가창력의 가수들이 많이 나온다. 그게 듣다보니 한번쯤은 조화롭게 부르는 가수가 나오면 어떨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가창력이 없다고 하지 않겠나. 사실 류성룡의 성격은 드라마상 에서 ‘희노애락’이 다 있다. 워낙 주변 인물들이 폭발력이 있다 보니 내가 웃어도, 울어도 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어려운 점을 설명했다.

또 그는 “그럼에도 류성룡 답게 웃고, 류성룡 답게 웃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캐릭터를 만들 거다. 낙숫물이 바윗돌을 뚫듯이 은은한 힘이 발휘될 것이다. 정중동의 그런 것이 표현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징비록’이 뛰어 넘어야 할 산은 ‘정도전’과 ‘불멸의 이순신’이다. 드라마가 10회까지 방송되고 난 후에도 계속되는 ‘정도전’과의 비교 질문과 이순신 배역에 대한 취재진의 관심이 이를 증명했다.
김상중은 ‘정도전’과의 비교에 대해 “형만 한 아우가 없다. KBS 대하사극이 휴지기 갖고 있다가 부활을 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이 워낙 강했다보니 다음 작품은 그 이상의 기대감 갖고 보는 것 같다”며 “‘정도전’은 ‘정도전’이고 ‘징비록’은 그것과는 다른 인물, 시대의 이야기다. 우리 드라마는 은은하게 진정을 다해 힘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이제 10부가 나갔다. 앞으로 40부 얘기가 있는데 그 속에 격동, 물보라 치고 거센 애기가 많이 나온다. 계속 봐 줄 얘기들이다. ‘정도전’도 그렇게 처음부터 임팩트가 있고 강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쭉 이어져오며 재밌었다는 평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배우로서 김상중은 류성룡 같다”는 김태우의 표현이 납득될만한 자신감이었다.
김상중은 자신의 사극 말투에서 가끔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속 진행 톤이 느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 “류성룡의 성격을 만들어 가다보니 강직하고, 돌직구와 충언이 많고 하다보니 말투가 아무래도 내 프로 말투와 흡사하게 된다”며 “따져보면 다른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 '하온데 전하' 뒤에 '그런데 말이옵니다'를 생각하고 연상을 하시더라.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 드라마 속의 인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징비록’은 임진왜란 시기를 겪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혁신 리더 류성룡이 국가 위기관리 노하우와 실리 위주의 국정 철학을 집대성하여 미집필한 동명의 저서를 바탕으로 만든 대하드라마. ‘다모’, ‘주몽’, ‘계백’을 집필한 정형수 작가가 집필을, ‘전우’의 김상휘 PD가 연출을 맡았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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