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회로 예정됐던 KeSPA컵이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KeSPA컵은 지난해 7년만에 부활했다. 이는 '지적재산권 파동', '극단적 갈등'이라는 한국 e스포츠의 암흑기를 벗어난 증표로 비춰지며 환영을 받았다. 올해는 이를 더욱 확대, 3회로 진행돼 기대감을 높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뜻을 이루기 어려울 전망이다.
12일 e스포츠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올해 3회 진행하기로 했던 KeSPA컵이 당초 예정과 달리 2회로 축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타크래프트2를 승인하기로 했던 블리자드와 조율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2월말에서 3월초로 예정됐던 1회 대회는 자연스럽게 무산됐다"고 전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당초 3회 진행이 예정됐던 KeSPA컵의 정상 개최가 사실상 물 건너갔음을 인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스타크래프트2로만 진행됐던 KeSPA컵을 올해 다른 종목을 추가, 확대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월초 진행이 예정됐던 대회의 경우 종목사에서 승인이 되지 않으면서 빠르면 5월초에 열리게 됐다. 스타크래프트2 종목은 KeSPA컵 자체에 WCS 포인트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블리즈컨이 열리기 전에 대회 일정을 마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상 3회 진행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블리즈컨은 매년 11월 초에 열린다. 따라서 KeSPA컵은 그 안에 모두 치러져야 한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일정을 고려하면 3회 진행 계획은 자연스럽게 무산되는 셈이다.
이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KeSPA컵 축소를 온전히 자신들의 탓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일을 진행하는 절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려고 해도 본사 승인을 위해서는 1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3월 대회의 경우 급박하게 연락이 왔다. 본사 승인이 정상적으로 나지 않았다. 5월 대회의 경우 원활하게 개최가 가능하다"며 한국e스포츠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협회측도 3회 개최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일정을 조율이 더디게 진행된 점이 아쉽다, 어렵게 예산을 끌어다가 진행하는 대회가 무산되서 더욱 아쉽다. 일정 조율을 문제삼는 것도 아쉽다. 이미 지난해 KeSPA컵 3회 진행을 조율한 상태라는걸 감안한다면 더욱 아쉬운 점"이라며 사전 조율이 아닌 현재 일 진행 상황에 초첨을 맞춘 블리자드의 선택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KeSPA컵의 3회 진행 무산 소식에 대해 다른 관계자들의 반응도 아쉬워 하기는 마찬가지. 프로게임단 관계자는 "이번 일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 업계에 또 다른 나비효과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최근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리그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KeSPA컵이 시작부터 삐그덕 거려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리자드의 융통성 없음은 정말 아쉽다. 과거 지적재산권 분쟁에서도 원만하게 풀어가지 못하면서 사실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셈인데, 이번 일로 인해 우리 자금으로 꼭 이 대회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이번 일이 다른 리그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대로 스타2는 지난 2010년 첫번째 시리즈인 자유의날개 당시 부터 어느 정도 힘이 분산되면서 리그가 시작됐고, 결국 리그 전체에 힘이 빠지면서 왕좌를 LOL에 내주고 말았다. 이번 KeSPA컵 축소가 훗날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걱정된다.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