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해 보이기만 하던 유호정과 훈훈한 아저씨 유준상이 이렇게 이중적이고 웃길 줄 누가 알았던가.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7회에서는 어김없이 고상한 척 살고 있는 상류층의 우스운 실체가 낱낱이 공개됐다. 며느리의 방에 부적을 숨기가 들켜 '가풍'이라고 포장하는가 하면, 탈모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서봄(고아성 분)의 부모님 문제로 한정호(유준상 분)와 한인상(이준 분)의 신경전이 더욱 팽팽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최연희(유호정 분) 역시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모습으로, 우아한 겉옷을 벗고 분노를 폭발시켰다.

정호는 서형식(장현성 분)과의 몸싸움으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지자 걱정하며 탈모 전문 관련 병원을 알아봤다. 형식에게 분노하며 봄에게 그 부모님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인상과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는 듯 보였다. 정호는 명료한 세계관을 확립시킨다는 이유로 인상과 봄에게 '힘에 의한 힘을 위한 힘의 논리'에 대한 공부도 시켰다.
그러면서 지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분명 과거 무언가 있었던 지영라(백지연 분) 앞에서 그녀의 남편과 친정 변호를 두고 어깨에 힘을 줬다. 이에 대해 아내 연희에게 말하면서 영라의 자세를 비꼬았고, 연희가 정호와 영라의 사이를 의심하자 영라에게 SOS를 요청하기도 했다. 근엄하고 논리적인 척 하면서 누구보다 속물적인 모습이 웃음을 줬다.
연희도 정호 못지않게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봄과 인상의 방에 몰래 부적을 숨기다 봄에게 들키자 "가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는가 하면, 친구 영라가 어려움에 처하자 이를 고소하게 생각했다. 더불어 정호가 영라에게 '남자로 보이고 싶어 했다'라고 의심하면서 정호를 침실에서 내쫓았고, 반면 봄이 인상을 소파에서 재우자 불같이 화를 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드라마. 우아하게 옷을 차려입고, 고상한 행동만 할 것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속으로는 어떤 이들보다 지질하고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매회 곤란한 상황에 처해 가식적인 모습을 벗고 때때로 인간적인,(혹은 속물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등장인물의 속살이 재미 포인트다.
특히 유준상과 유호정의 찰떡 호흡이 많은 웃음을 주고 있다. 로펌 대표 정호를 연기 중인 유준상은 특유의 쫀득한 연기로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렸다. 품위 있고 고상한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며 늘 자신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결국은 탈모에 전전긍긍하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체크하는 모습은 그렇게 우아해 보이지 않았다. 극 초반에는 낯설었던 유준상의 캐릭터 설정돼 점점 더 매력적으로 풀어지고 있다. 정호의 이중성은 유준상이 연기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밉살스럽지 않은 인물이 됐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늘 우아하게 지낼 것 같은 유호정이 무너지는 모습도 꽤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정호가 탈모로 고민 중이냐는 영라의 놀림에 한 순간에 고상한 가면이 벗겨지고, 며느리에게 가풍 운운하지만 망신을 당하는 모습이 더욱 잘 표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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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