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 슈퍼갑 갖고노는 비서가 알려준 사회생활 꿀팁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3.18 12: 11

사회생활 초년생들이 보고 눈물지었던 드라마가 ‘미생’이라면, 여기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볼 만한 드라마가 있다. 직원이 아닌 어리바리한 짐인 시절을 벗어나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해진 후 ‘사내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가 바로 ‘풍문으로 들었소’이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표면적으로는 비서이나, ‘슈퍼갑님’들의 보모 역할을 톡톡히 하는 수행 비서들의 활약을 통해 욕먹지 않고 심지어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정계와 재계를 쥐락펴락하는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 한정호(유준상 분)가 스스로 정의 내리는 신분이 맞지 않은 며느리 서봄(고아성 분)을 맞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회 부유층과 그리고 그를 질투하면서도 동경하는 서민을 모두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우리 사회 부조리를 꼬집는 장치이자, 인간의 이중성을 파고드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풍자는 과하지 않은 코믹 요소가 적절히 녹아 있어 재밌는데, 드라마의 중심과 떨어져 보이나 그 누구보다도 촘촘하게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어 재미의 시작이자 종결을 짓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호와 아내 최연희(유호정 분)의 수행 비서들이다. 정호의 부친이 남겨준 최대 유산이라고 꼽힐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일을 하는 업무 비서 양재화(길해연 분)부터, 정호를 은인이라고 여기고 치밀하게 뒤처리를 하는 비서 민주영(장소연 분),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서 체질인 김태우(이화룡 분)가 그렇다. 또한 연희의 개인 비서이자 정호와 연희 집안의 숨은 실세인 이선숙(서정연 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의외로 빈틈이 많고 의외로 곱게 자라 험한 사회를 잘 모르는 정호와 연희의 허점을 부각시키는 풍자 장치이다.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감춰두고 싶은 민낯을 꺼내 통쾌한 묘미를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다른 인물들이 관찰하는, 즉 엿보는 극적 설비를 완성했다. 이 비서들은 사람을 중용하는 능력이 있는 정호가 적재적소에 활용을 하는 동시에 지금의 정호의 사회적인 지위가 가능하게 만든 인물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제작진은 비서들을 정호 가족의 위선과 가식을 드러내는데 냉소적인 장치로 쓰고 있는 것. 비서들이 정호 가족을 수행하는 동시에 엿보며 한편으로는 비웃는 모습을 부각시켜 풍자를 극대화한다.
지난 17일 방송된 8회에서 너무도 심각하게 탈모 고민을 하는 정호에게 “대표님은 키가 크셔서 정수리 밀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라고 큰 위로를 하는 재화, 속이 문드러져 투정을 부리는 연희에게 “난 며느님 말씀에 동감이다. 사모님의 친구들이 오셨을 때 며느님이 사모님이 압도적으로 아름답다고 하시지 않으셨느냐. 며느님이 거짓말 못하는 성격은 인정하지 않느냐”라고 일명 ‘우쭈쭈’ 전략을 펼친 선숙이 그런 요소다. 마치 철없는 아이를 다루는 보모마냥 능숙하게 정호와 연희의 투정을 받아주고 아부 섞인 위로를 하는 비서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정호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자판기처럼 맞아떨어지게 한 재화는 다른 비서들에게 “나 밥값 했다”라고 미소를 지었고, 비서들은 정호의 불편한 심기가 어느 정도는 해소됐을 것이라 추측하며 재화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장면 뿐만 아니라 비서들은 정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있는 듯 정호가 똑똑한 봄이의 교육을 밀어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정호와 연희의 불화의 근본 원인을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파악해 애먼 불똥을 맞지 않게 눈치껏 행동을 했다. 정호와 연희 가족이 언제나 이 비서들을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비서들이 인형놀이를 하듯 정호와 연희의 행동과 생각을 기가 막히게 예상을 하는 모습은 드라마 시청의 쾌감이다. 비서들이 정호와 연희의 행동을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며 웃음을 주고받는 모습은 갑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을이라는 점에서 쾌감을 선사한다. 안판석 PD가 손수 발품을 팔아가며 캐스팅을 한 연극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어우러지며 극적인 재미가 높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갑의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에 한번 놀라고, 노련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비서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이들의 현명한 처세술에 또 다시 놀란다. 제작진이 정밀하게 깔아놓은 풍자의 맛깔스러움과 여기에 곁들어지는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사회생활 방법이 드라마의 크나큰 시청 지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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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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