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의 처참한 현실에 엄마, 그리고 김희선이 뿔났다. ‘앵그리맘’이 첫 방송에서 학교 폭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따뜻한 모성애를 무겁지 않게 곁들였다. 학교 폭력을 당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한다는 이야기와 유쾌한 캐릭터는 묵직한 주제의식과 현실 반영 기획의도를 조금은 쉽게 다가오게 했다.
18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은 딸 오아란(김유정 분)이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불량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 충격에 휩싸이는 34살 젊은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의 험난한 일상으로 시작했다.
강자는 19살 어린 나이에 아란을 낳은 후 아란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포기하는 전형적인 열혈 엄마. 아란은 강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아란이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강자가 돌파구를 찾는 이야기가 이날 첫 방송의 주된 이야기였다.
‘앵그리맘’은 과거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현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일단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풍겼다. 엄마와 딸의 삐걱거림과 그리고 학교 폭력을 다뤘다. 학교 폭력을 당하고도 숨기고 싶어하는 피해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를 가슴 미어지게 바라봐야 하는 엄마의 슬픔, 그리고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엇나가는 학생들이 계속 양산되는 학교 구조가 무겁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졌다. 피해자보다 돈 많은 가해자를 감싸는 학교, 피해자에게 진실을 알리지 말고 전학을 보내라는 교사의 말은 학교 폭력이 왜 뿌리를 뽑기 어려운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강자는 학교 폭력 피해자가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자살을 한 현실을 목격한 후 법의 테두리로는 자신의 딸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동시에 아란은 엄마 강자가 학교에 문제 제기를 한 후 겁박을 당했고 이를 접한 강자는 더 큰 분노에 휩싸였다.
드라마는 코믹한 인물들과 과장된 설정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보였지만 다루려는 주제와 기획의도가 묵직해 가볍게 느껴지진 않았다. 학교 폭력의 안타까운 현실은 진지하게, 그 외의 인물 관계는 조금 가볍게 다뤘다.
엄마가 학교로 위장해 들어간다는 판타지 설정 외에 주변 이야기는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공감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선의 연기 변신은 인상적이었다. 데뷔 후 첫 엄마 연기를 한 김희선은 예쁜 미모가 돋보이지 않게 털털한 매력을 뽐냈다. 무엇보다 화가 나면 욕설이 쏟아지는 거침 없는 모습은 웃음을 선사했다. 모성애 가득하지만 아직은 어린 철부지 엄마의 고뇌를 무난하게 연기했다. 연기 잘하는 아역 배우 김유정은 사춘기 반항을 하는 딸 아란을 연기하며 김희선과의 모녀 연기에 있어서 호흡을 잘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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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