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를 현실적으로 담았으나 무겁지 않았다. 학교 폭력을 실감나게 그려내면서도 곳곳에 코믹함이 녹아 있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가 탄생한 듯 하다.
MBC 새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이 지난 17일 첫 전파를 탔다. '앵그리맘'은 방송 내내 영화같은 영상미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재즈를 접목시켜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슬로우 모션으로 그려내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조명과 음악으로 완성도를 높인 것은 '앵그리맘'의 첫 인상을 더욱 좋게 만들었다.
뻔한 전개와 흔한 멜로가 없는 것은 '앵그리맘'의 장점이었다. 학교 폭력 문제를 주제로 한 만큼, 비현실적인 요소들은 뺐다. 딸 아이의 학교 폭력에 무작정 나서는 엄마의 시선을 따른 첫 화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더욱 일깨웠다. 욱하는 심정으로 발 벗고 나섰다가 아이들이 더욱 고통에 빠지는 대목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학교 폭력 문제를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게 한 것은 김희선과 김유정의 대화 및 연기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티격태격하는 엄마와 딸 사이의 대화는 보는 이들의 공감을 샀고, 사춘기 시절 문을 걸어 잠그고 엄마의 간섭을 귀찮아 하는 대목 역시 현실적이었다. 흔한 모녀 사이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가의 필력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영화같은 영상미에 높은 공감을 사는 대사들과 장면을 바탕으로 김희선은 엄마로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냈다. 젊은 엄마인 김희선은 사랑하는 딸을 위해 악착같이 살고 드센 성격을 드러내면서도 결국 딸 앞에서는 약자가 됐다. 이 모습은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트레이닝복을 아무렇게나 걸쳐 입고, 부엌에서 칼질을 하거나 시원하게 욕을 내뱉는 장면은 코믹해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켰다.
'앵그리맘'은 높은 현실성을 강점으로 사회 문제를 꼬집는다는 점에서 많은 대중에게 시청을 적극 권장해도 무방할 듯 하다. 학교 폭력을 조명하면서도 그 속에 현실성 짙은 모녀의 이야기가 높은 공감도를 자아내고, 곳곳에 코믹함이 있어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재미와 경각심을 동시에 챙기는 '앵그리맘'은 앞으로 김희선이 고등학교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더욱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앵그리맘’은 과거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현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맞서나가는 드라마. 김희선, 지현우, 김유정, 김태훈, 오윤아, 바로, 리지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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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