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진지희 “아역 아닌 첫 주연, 이젠 자신있어요”[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3.19 10: 25

배우 진지희, 한층 더 성숙해졌다. 올해 17살, 여고생이 된 진지희는 1년 전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좀 더 차분해지고 좀 더 예뻐졌다. ‘숙녀’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지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16살에서 17살이 되는 과정에서 인생의 큰 경험을 했다.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것.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진지희는 JTBC 청춘학원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주인공 탐정단 고문 안채율로 분해 연기를 펼쳤다.
진지희가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가 첫 주연도 여유롭게 소화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진지희 정작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첫 주연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다. 하지만 진지희는 기대했던 대로 첫 주연이라는 무게를 잘 견뎌냈고 3개월 동안 14회를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갔다.

“‘이제 나도 내가 주연인 작품을 할 수 있구나’, ‘이제 내가 아역이 아닌 한 인물로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구나’라는 뿌듯함이 있었어요. 주연을 처음 맡아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됐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부담이 아닌 줄 알았어요. 평소대로 연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보다 연기하기가 힘들었어요. 캐릭터가 잘 안 잡혔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연기지도도 해주시고 계속 현장에도 나가서 적응하다 보니 채율이 캐릭터에 동화될 수 있었어요.”
진지희는 첫 주연으로서 이전보다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트도 감행했다. 확실히 진지희는 전작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보다 예뻐진 외모로 나타났다. 이제는 성인 같은 분위기도 흘렀다.
“처음에는 키 크려고 ‘성장기에 무슨 다이어트냐’라는 생각을 했어요. 화면에 예쁘게 나오고 싶기도 했고 얼굴 살이 포동포동하면 여전히 아역 같은 느낌이 강할 것 같아서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웃음)”
17살의 진지희가 드라마의 주연으로 발탁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연기력이었다. 여운혁 CP는 ‘믿고 보는’ 진지희의 연기력를 믿고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시청자들 또한 진지희가 그동안 보여준 연기가 있었기에 첫 주연이라고 하더라도 잘해낼 거라고 믿었다.
“감독님이 제작발표회에서 말씀하셨듯이 무조건 연기를 믿으신 것 같아요. 감독님이 부담 안준다고 하셨는데 딱 한 마디 하셨어요. ‘너가 흔들리면 작품 전체가 흔들리니까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음속으로 더 부담이 됐는데 그 말이 힘이 되기도 하고 자극 받아서 더 열심히 했어요.”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처음에는 부담감으로 시작했던 주인공 역할이었지만 갈수록 그 부담감은 줄어들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 주연을 맡아 진지희는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처음에는 부담감 반, 자신감 반이었어요. 처음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대본을 받고 리딩을 하니까 자신감이 줄어들었어요. 캐릭터와 연기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작품에서는 대본이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많이 보서 새 대본을 받기도 했어요. 그만큼 연구하고 심혈을 기울였어요. 배우들과 호흡도 잘 맞고 언니들이 편하게 잘 대해줘서 그게 자신감으로 변했어요. 현장에 가면 받는 에너지가 있는데 그것도 도움이 됐죠.”
진지희는 에피소드 마다 감정변화를 줬을 정도로 연구했다. 안채율 캐릭터가 초반에는 까칠한 모범생으로 등장해 크게 감정표현이 없었다. 외고입시에 실패한 뒤 극성 엄마 때문에 미국 학교에 입학하기 전 1년 정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암여고에 등교한 안채율은 반항심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자의반 타의반 탐정단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점차 변화가 생겼다. 탐정단과 있을 때 웃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정말 연구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감정변화가 중요하다고 해서 마지막 회와 대조돼 보이려면 초반에 많이 시크하고 도도해야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점층적으로 밝아질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결론은 한 에피소드가 2회에 걸쳐 방송되는데 2회마다 채율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게 어떨까 생각했어요. 1~2회 때는 도도하고 3~4회 때는 도도하면서 웃을 듯 안 웃고 그런 식으로 하다가 7~8회 때는 탐정단에 동화되고 8~10회 때는 많이 웃었어요. 탐정단에서 나 혼자 동떨어지면 안 되서 감정을 잡기 위해 대본을 많이 보고 연구했어요.”
진지희는 주인공인 만큼 분량이 많았다. 모든 사건이 진지희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탐정단이 고문인 진지희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진지희가 등장했다. 결국 진지희가 연기하면서 할 수 있는 건 연구, 그리고 또 연구였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본에는 감독님과 작가님의 의도가 다 들어있기 때문에 대본에서 답을 찾았어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대본을 머리에 담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분량이 많아져서 머릿속에 남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에 쓰면서 연구했어요. 손가락은 어떻게 하고 시선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할 때 어디서 쉬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대본에 써넣었어요.”
대본을 연구하고 연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진지희는 자연스럽게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본을 보면서 신을 좀 더 돋보이게 하려면 어떤 앵글을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하다 실제로 감독에게 자신이 생각한 앵글을 제안했고 그대로 촬영에 반영됐다. 진지희의 첫 연출이었다.
“2회 엔딩에서 하라온과 첫 만남을 갖는 신이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하라온이 제 앞에서 입을 막고 있는 것보다 뒤에서 입을 막고 있는 게 어떨까 생각을 해서 감독님께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물었어요. 떨면서 물어봤어요.(웃음) 괜히 여쭤봤나 했는데 감독님이 아이디어가 좋다면서 흔쾌히 제 요청을 받아들여주셨어요. 리허설하고 앵글까지 다 잡았는데 감독님이 촬영 감독님들을 다 불러서 앵글을 바꾸자고 하시면서 마지막에 ‘이건 지희 생각이다’라고 하셨고 모두 박수쳐주셨어요. 원래 연출에 꿈이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 눈치 봐가면서 가끔씩 떠오르는 생각들을 제안했어요. 이 장면에서 바스트를 찍지 않을까 생각하고 촬영하는 걸 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하고 맞을 때가 있는데 문제 풀다가 정답을 맞힐 때처럼 기분이 상쾌하고 좋아요.”
이미 연기력은 인정받은 진지희. 이제 배우들과의 호흡은 당연하고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무시할 수 없는 배우가 됐다. 특히나 ‘선암여고 탐정단’은 그의 첫 주연작으로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까지도 아우르며 연기를 해야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진지희는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스태프들이 성격이 정말 좋았어요. 화내는 분이 한 분도 없었어요. 어린 배우들만 있어서 화를 안 내는 줄 알았어요. 제가 막내여서 그랬는지 귀여워해주셨어요. 제 생일이라고 졸업했다고 챙겨주시고 선물도 주시고 현장이 화기애애해서 촬영장에 가면 즐거웠어요. 제가 연출에 관심이 있다 보니까 스태프 분들이 조명이나 앵글 노하우도 흘려주셨어요.(웃음) 조명 쓸 때는 어떻게 해야 화면에 잘 나오는지 등등 많은 걸 알려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선암여고 탐정단’을 통해 첫 주연의 무게를 잘 견뎌냈고 주연배우로서의 역량을 확인시켜준 진지희. 그리고 다시 한 번 믿고 보는 연기자임을 증명한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할지 기대케 했다.
“이제 주연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어요. 아역만 하고 누구의 딸만 하다가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이겠거니 했는데 다르더라고요. 표면적으로는 다를 게 없는데 심리적으로 달라서 이번에 느낌을 알았으니까 다음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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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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