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감독 “김우빈·준호·강하늘, 작정하고 망가져 고맙다”[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3.19 10: 46

말맛이 돋보이는 영화 ‘스물’에서 그 말맛을 살리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치호 역의 김우빈, 동우 역의 준호, 경재 역의 강하늘은 마음껏 망가졌다. 훈남들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스물’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
덕분에 이병헌 감독의 말맛은 살아났다. 그래서 이병헌 감독은 배우들에게 큰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배우들을 말려야 할 정도였다며 껄껄껄 웃어 보인 이병헌 감독은 배우들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법했다. 우월한 기럭지에 수트를 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김우빈은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채 “용돈을 주세요”라며 아버지에게 조르는 찌질한 모습을 보였고 준호는 무대 위 모습이 상상조차 가지 않는 2:8 가르마로 촌티를 팍팍 날리며 ‘엄친아’ 강하늘은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이름이 뭐예요” 노래를 울부짖는, 그야말로 파격을 선보였으니 말이다.

- 치호, 동우, 경재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
▲ 친구 중에 경재라는 애가 있다. 영화 속 경재는 귀엽게 꾸며지긴 했지만 목표하는 바는 비슷했다. 명문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꿈이 비슷했다. 동우도 실제 동우라는 친구가 있고 비슷하게 진로 방황을 하다가 큰 아버지 회사에 들어갔다. 치호는 내가 그렇게 살았었기 때문에(웃음). 집에서 가만히 있다 보니 시나리오를 쓰고 그랬다.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민 했다기 보단 친구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포장한 것이다.
- 특별히 애착 가는 캐릭터가 있나.
▲ 셋 다 애착이 가지만 동우가 눈길이 갔다. 시나리오 쓰면서 자극적이거나 특별하진 않지만 정서가 있다고 해야 할까. 슬프기도 하고 같이 있고 싶고 술 사주고 싶고 그런 감정들이 들더라. 아무래도 크고 진지한 고민을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일 듯싶다. 가정사도 그렇고 경재, 치호 보다는 무게감이 조금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유비와의 에피소드도 귀엽게 느껴졌고.
 
- 그런 면에서 준호가 동우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해내줬다.
▲ 준호랑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너는 망한지 얼마 안 됐다. 그 나이에 성숙한 애들이 얼마나 되겠니. 밖에선 성숙했다가도 친구들만 만나면 남자애들이 돼버리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준호한테 미안한 게 외모 신경 쓰고 일본에서 왕자님 소리 듣는 애가 의상, 헤어 스타일을 후줄근하게 갔다. 동우를 표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준호가 조금 신경을 쓰긴 했는데 애써 모른 척 하고 동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모른 척 했다(웃음).
- 김우빈, 강하늘도 많이 망가졌다.
▲ 김우빈도 시나리오대로 해달라고 했다. 속 썩이지 않았던 게 알아서 망가지더라. 옆에서 보면 느껴진다. 애드리브도 다 내버려뒀다. 연기 자체도 잘하는 친구인데 흐름 타면서 망가지는데 잘한다 싶었다. 강하늘도 그렇다. 오히려 잡아줘야 했다. 따귀 때리는 장면도 내 디렉션이 아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과하지 않은가 스태프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괜찮다고 하셨다. 셋이서 작정을 하고 망가져주니까 고마웠다. 영화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한테 캐릭터를 설명하고 망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끝난 이후에는 오히려 너무 망가져서 고민할 정도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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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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