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유리가 '연민정'을 떨쳐내기 힘들거라 여겼다. 전작에서 연기했던 '왔다! 장보리' 속 캐릭터 연민정의 느낌이 아주 조금은 묻어날 수밖에 없을거라고. 확실한 기우였다. 딱 3회 만에, '연민정'을, 아니 이유리를 보고 이렇게 다시 설렐 줄 정말 몰랐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슈퍼대디 열'(극본 김경세, 연출 송현욱) 3회에서는 결별 10년만에 재회하게 된 차미래(이유리 분)와 한열(이동건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1~2회와 달리 이유리는 연민정의 독함의 잔재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100% 러블리한 차미래로 탈바꿈 했다.
처음에는 갸웃했다. 갑작스럽게 담도암 말기라는 불치병 진단을 받고 딱 1년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고, 혼자 세상에 남겨지게 될 딸 사랑(이레)이의 아빠를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조금은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10년 전 차갑게 버리고 떠났던, 첫사랑 한열을 다시 찾아가 싫다고 하는 상대방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납득되지 않기도 했다.
이는 이날 방송에서 확실하게 풀렸다. 이별 당시 사용했던 10년전 핸드폰에 남아있던 미래의 음성메시지로 인해서다. "혼자니깐, 부모도 없고, 가족도 없으니깐, 뭐든 확실해야 하니깐"이라고 이별 통보를 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너처럼 진심인 사람, 다신 못 만나겠지. 지금처럼 순수한 시절 다신 안 오겠지. 너랑 같이 살고 싶다. 너랑 결혼하고 싶어"라고 흐느끼던 10년전 미래의 목소리. (이유리는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진짜 배우임도 입증됐다.)
10년전의 차미래, 한열 꿈속 에서의 차미래, 그리고 현실에서의 차미래가 연속으로 펼쳐보인 애교는 솔직히 이런 납득 가능한 이유가 없더라도 보는 이를 잔뜩 설레게 만들었다. 극중 한열이 10년 전 받았던 결별 통보를 한 순간에 잊게끔 만드는 그런 달콤한 미소였다.
'슈퍼대디 열', 연애 욕구를 자극하는 드라마가 왔다. tvN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
gato@osen.co.kr
'슈퍼대디 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