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입 “힙합, 하는 게 아니라 사는 거다” [인터뷰②]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5.03.21 12: 36

(1편에 이어)어느덧 힙합이 ‘흔해지기’ 시작했다. 힙합을 콘셉트로 잡고 나오는 아이돌도 자주 볼 수 있고,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내보내는 음악들은 공개되는 속속히 음원차트를 꿰찬다. 그렇게 힙합을 선망의 대상으로 꿈꾸는 아이들도 많아진 요즘, 문득 되묻게 된다. 어디까지가 힙합인지.
피타입은 “힙합은 장르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꼬집었다. 11년 전 ‘돈키호테’로 힙합신을 뒤흔들었던 그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힙합신은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요즘 들어 힙합이 대중화 됐다고 해도 문제점은 있다는 것. 피타입은 ‘힙합 삶’이 아닌 ‘힙합 직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 “힙합은 하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에 제가 주장한 ‘정체된 것’과는 다른 의미의 정체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때는 힙합이 워낙 불모지였고, 이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적었죠. ‘그럼에도 왜들 고민 안 하세요?’ 라는 메시지였다면, 지금은 ‘아직 고민 덜 끝났는데 왜 안 하니?’ 라는 거죠요. 제 앨범 내에서 다소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힙합 신을 꼬집는 부분 중에 ‘로컬라이제이션’에 관한 부분이 있어요. 결국은 제 세대는 힙합을 어렵게 접했고,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서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로 살기 위해서 한 것인데. 그렇게 살다 보면 힙합 음악이 나왔던 건데, 요즘은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힙합을 얼른 배워서 직업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찌 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폐해다. 학교도 직업도 경쟁이고, 나이가 들어도 안정된 삶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힙합을 찾은 이들은 가수가 되고 싶고, 래퍼가 되고 싶은 것. 피타입은 직업을 위해 힙합을 ‘하는’ 아이들에 대해 “힙합을 음악 장르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했다.
“우리나라 시스템 자체가 이런 것을 강요하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빨리 공부하고 취직해서 비싼 부동산 사야지. 그러다가 4년제 대학 가도 취업 못하던데, 그럼 난 뭐 하지. 이런 생각이 10대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이 경주마 시스템에서 대학이 지워지는 순간 직업을 고민하고, 그 중에 재미있는 옵션으로 힙합과 래퍼가 떠오르는 거죠. 그게 불만이에요. 직업이 1순위지만 이걸 하기 위해 달려들어선 안 되는데. 힙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힙합이 라이프스타일로 거론되지 않고, 일개 음악 장르로 접근돼서 문제인 것 같아요. 음악 중에 힙합, ‘그거 재미있는 장르일세’ 하고 들어와요. 이건 잘못된 모양새죠. 힙합이 직업 중에 하나, 음악 중에 하나가 되면 결국 유행에서 비껴가면 금방 없어지니까요.”
 
엠넷 ‘쇼미더머니’가 시즌마다 성장하며 열풍을 불러오고 있는 요즘, 피타입은 이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요즘 ‘쇼미더머니’에 몰리는 사람들이 ‘슈퍼스타K’에 몰리는 것과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요. 힙합 아는 애들이 많다고 지나갈 문제는 아닌 거죠. 제일 극명한 게, 비보이와 힙합 음악하는 사람들이 괴리된 삶을 살고 있어요. 이제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누가 유명한지도 모르고, 그들이 한 군데에 모여서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하는 것은 이미 사라졌고. 오히려 10년 전에는 있었어요. 왜 없어졌나를 들여다 보면, 다들 그렇게 직업으로서의 힙합을 받아 들여서가 아닌가 싶죠.”
피타입은 그렇다고 힙합을 다루는 방송을 탓하지는 않았다. 이슈가 많은 만큼 논란도 많은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에 대해 피타입은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미디어는 미디어일 뿐이죠. 매스미디어가 우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고 징징대는 건 누워서 침 뱉기니까요. 거기 나가서 우리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건 우리들의 몫이었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들면 나가서 증명을 해야죠. 불만은 없어요. 다만 거기에 참가하는 태도에 대해서 본인들을 어떻게 악마의 편집을 하는지, 래퍼라면서 떳떳하게 랩으로 한 번 제대로 뱉어야 하지 않나. 이런 지적을 할 수는 있죠.”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피타입은 현재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을 꼽으며 환상 없이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좋은 아티스트들도 많죠. 실제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살고 싶기 때문에 굳이 메이저 안 가고 언더에서 자기 일 재미있게 즐겁게 하는 분들이 많아요. 다만 새로 유입되는 친구들이 비뚤어진 잣대로 바라볼 때가 있죠. ‘저 사람들 좋은 직업, 자유로운 직업 갖고 있구나’라고. 환상이에요. 연예인에 환상 품는 것처럼 똑 같은 환상이죠. 일개 음악 장르로 잘 배워서 잘 하면 그렇게 되는 건 줄 알면 안 되는데.”
피타입은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한번 더, “힙합을 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살고 싶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에 지적이 나오는 부분과 일맥상통해요. 뜨고 싶어하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래퍼는 많지만, 이것을 자기 것으로서 살아내겠다고 하는 사람이 적어지는 것이 큰 문제죠. 외부에서 흔히 ‘힙합 지금 거품이야’라고 하는 것에 변명도 못해요. 보기 좋게 ‘아닐걸’이라고 증명하려면 제대로 살려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새로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살고 싶다고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힙합이라는 라이프스타일로 가치관을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하라고 해야죠. 직업이라면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많아요. 그래도 포인트는 이거죠. ‘힙합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 것.”
 
피타입은 지난 2004년 데뷔앨범 ‘헤비 베이스(Heavy Bass)’ 타이틀곡 ‘돈키호테’로 힙합신을 휩쓴 바 있다. 특히 한국 힙합에서 ‘라임’하면 떠오르는 인물. 데뷔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지만 지난 2013년 5년 만에 컴백해 3집 앨범 ‘랩(Rap)’을 발매했으며, 지난 20일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정규 4집 ‘스트리트 포어트리(Street Poetry)’ 타이틀곡 ‘돈키호테2’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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