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수가 불펜의 문을 열고 마운드로 올라왔다. 2년간 이 구장에 선 공식 기록은 없는 선수. 그러나 팬들은 몸의 형체와 보폭, 그리고 ‘투입되는 시점’만으로도 누군지를 대번 기억해냈다. 정우람(30, SK)이었다. 팬들의 진심어린 큰 박수와 함께 정우람이 다시 문학구장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정규시즌을 앞두고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정우람은 지난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서 문학 복귀전을 가졌다. SK가 8-3으로 앞서고 있었던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자 평일 시범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브존과 테이블석 위주로 모여 있었던 관중들이 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날 SK의 선수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선수는 단연 정우람이었다.
몸을 푸는 동안에도 팬들의 환호성은 끊이지 않았다. 곳곳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팬들이 눈에 띄었다. 정우람이 첫 타자인 윤도경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8회를 마치자 박수는 절정에 이르렀다. 2년간의 군 복무 탓에 서로를 마주하지 못했던 정우람과 SK 팬들은 그렇게 다시 만났다. 정우람은 9회 첫 타자를 잡고 마운드를 윤길현에게 넘길 때도 큰 박수를 받았다.

정우람은 SK 왕조 시절 문학구장의 수호신이었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헌신과 열정의 아이콘이었다. 공교롭게도 정우람이 떠나 있었던 2년 동안 SK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영광의 기억, 아픔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는 팬들에게 정우람이라는 이름 석 자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우람도 팬들의 성원에 고마워했다. 정우람은 20일 경기를 마친 뒤 등판 당시를 떠올리며 “문학 복귀전이었는데 긴장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라면서 “팬분들이 많이 박수를 쳐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2년만의 복귀, 그리고 라이브존(포수 후면석) 설치로 환경이 적잖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우람의 긴장을 풀어준 것은 언제나 한결 같은 팬들의 박수와 환호였던 셈이다.
정우람은 군 복무 시절 꾸준히 문학구장에 나와 몸을 만들었다. 아무도 없는 경기장에서, 홀로 3루측 그라운드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는 광경에 따라 조금은 외롭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20일과 21일 등판 때처럼, 정우람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하는 든든한 팬들이 함께 한다. 문학구장에 복귀한 정우람이 팬들과 함께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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