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心추천] 타이거JK-윤미래 옆에 저 남자는 누구죠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3.22 16: 56

때는 지난 16일 늦은 밤. 강남 청담동의 한 식당. 한 래퍼가 주먹을 꼭 쥐고 '할 수 있다'고 되뇌입니다. 정말 비장해보입니다. 신곡이 나오기 3일 전. 그는 음원차트 1위라도 기대한 걸까요.
그건 아니고요. 18일 진행될 새 앨범 음악감상회 MC를 맡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가수가 직접 자신들의 노래를 소개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건 흔치 않죠. 보통은 전문 MC가 가수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면서 분위기를 띄웁니다. 하지만 그는 결연했습니다. 혼자서 잘 할 수 있다고요.
그는 MFBTY의 래퍼 비지입니다. 누구냐고요? 타이거JK와 윤미래 옆에서 랩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압도적인 인지도에 비하면, 아직 햇병아리입니다. 그래서 MC 역할은 중요했습니다. 미디어와 대중에게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절호의 기회였으니까요. 그는 17일에도 홍보사 사무실을 친히 찾아,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진행 멘트를 정리하고, 예상 질문에 대비했습니다. 만반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 필굿뮤직의 박실장
자, 잠깐 얘기를 바꿔보죠. MFBTY의 새 앨범 '원다랜드'는 19일 발표됐습니다. 4개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하는 등 꽤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요. 일각에서는 그룹명이 너무 생소해서, 손해를 봤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타이거JK와 윤미래 이름을 내세웠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텐데, MFBTY라는 이름은 잘 몰라서 클릭 조차 안해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러고보니 그렇습니다. 타이거JK, 윤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MFBTY는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냥 타이거JK-윤미래라고 하는 게 훨씬 좋을텐데, 왜 안되냐고요? 앞서 언급했듯 이 그룹에는 한 명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조던 아니고요. 비지입니다.
비지는 왜 저 부부 사이에 끼어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저조차도 그를 보자마자 "MFBTY에서 하는 일은 뭐죠?"라고 물었으니까요. 다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제 질문에 그는 "온갖 잡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소속사에서 박실장으로 통합니다. 타이거JK와 윤미래가 세운 필굿뮤직은 아직 역사가 2년도 안된 신생회사입니다. 당연히 여기 저기 누수가 생기죠. 인력이 모자란 상황이 되자 그는 박실장으로 일하겠다 자청했습니다. 회사에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하는데, 요즘은 주로 관련 기사 모니터링에 열심이라 홍보 담당자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 가요계 '핵무끼'
자, 음악감상회가 열리는 날이 밝았습니다. 신보를 언론에 처음 소개하는,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타이거JK와 윤미래도 기대가 높았습니다. 비지가 떠야 MFBTY가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타이거JK와 윤미래는 뜰 만큼 뜨지 않았습니까.
이젠 음악감상회가 어땠는지 알려드려야 할 타이밍이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MC는 타이거JK였습니다. 그토록 열심히 준비했던 비지는 수십명의 기자들 앞에 서서 바짝 얼어붙어버렸고, 보다 못한 타이거JK가 직접 나섰던 것입니다. 되게 열심히 하는데, 너무나 어색했던 그의 진행은 찰나였지만 기자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기긴 했습니다. 아마, 그가 이틀이나 MC 연습을 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 그랬겠지요.
래퍼는 무대 위에서 자기 얘기를 술술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래퍼로서의 비지의 실력에 토를 달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을 해야 할때면 너무나 얼어버려서 소속사와 주위 사람들을 '웃프게'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와서, 우리 말이 서툰 것 아니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15년 됐고요. 우리말, 굉장히 잘합니다.
그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돼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온 영상은 레전드입니다. 윤도현이 말을 시켜도 말을 안합니다. 힙합 스웩이 가득하죠. 지금 생각하면 스웩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방송과 언론에 적응될만도 하지만 여전합니다. 최근 나간 엠넷 '네가지쇼'에선, 그가 공식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게스트 랩몬스터에게도 분량을 뺏겼습니다.
그가 사석에서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죠. 이렇게 끼가 없을 수 있냐며 '가요계 핵무끼'라고 놀리고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가 제일 괴롭겠죠. 그는 음악감상회가 끝난 후 시무룩해져 한동안 끊었던 권투를 다시 시작했다고 하네요. 권투는 그의 취미였는데, 윤미래의 끊어치는 주먹이 제일 아팠다고 했습니다.(윤미래의 권투 실력은 타이거JK도 인정했습니다)
# 곧 솔로도 나오는데
그의 새 솔로 앨범은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래퍼로서는 별 걱정이 없습니다. 무대 위에서 파워풀하고 플로우가 좋은 랩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네요. 그는 이같은 파워를 가진 계기에 대해 "타이거JK와 윤미래의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다보니, 소리 지르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가 가장 맘에 드는 랩곡은 지금 녹음 중입니다. 기존 발표곡 중에서 하나 꼽자면, 윤미래의 '엔젤'을 들 수 있겠군요. 그가 평소 하던 신세한탄을 고스란히 실어서, 비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랩이기도 합니다. 하필 2월29일에 태어나서 생일이 4년에 한번씩 돌아온다는 내용도 있지요.
솔로 앨범에는 음악 스타일이 다소 달라질 것 같습니다. 최근 재즈와 알앤비를 많이 들어서 다소 부드러워졌다고 하네요. 물론 그래도 무대 위에서는 '상남자'의 매력을 발산하게 될 것 같다는 게 스태프들의 전언입니다.
그는 사실 한국에 막 돌아와 아이돌 제의를 많이 받았을 만큼 훈남 래퍼이기도 합니다. '힙합계 공유'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사실 공유를 닮았다기 보단 '놀러와'에 나가서 꽁해있는 모습으로 앉아있어서 붙은 별명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타이거JK와 십수년을 함께 일했고, MFBTY에서 뭐하냐는 질문도 가끔 받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네요. 독립을 꿈꾸거나 홀로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노릴만도 한데, 의외입니다.
바빠지라고 지은 예명이 비지인데, 많이 바빠지긴 했다며 활짝 웃는 모습 역시 매우 긍정적입니다. 포털사이트에 비지를 치면 여전히 콩비지가 먼저 나오지만, 그래도 '래퍼 비지'와 '콩비지'의 비율이 많이 비슷해졌다고 만족하는 것 역시 긍정적입니다.
이상, 아이를 낳고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게 목표인 행복한 싱글, 비지에 대한 '사심추천'이었습니다.
rinny@osen.co.kr
필굿뮤직,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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