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인에 드디어 갈피가 잡혔다.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처럼 보였던 네 청춘남녀의 관계는 조금씩 발전하며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상엽과 채수빈의 러브라인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았던 극의 중심을 잡아줬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 연출 지병현)에서는 현도(이상엽 분)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은수(채수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은수는 현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느냐. 궁금하다”는 은수의 말에 현도는 “내 사생활 관심 갖지 마라. 여자가 너무 적극적이면 매력 없다”고 장난을 쳤다. “별일 없는 거 같다. 전화 끊겠다”고 말하는 은수는 토라진 듯 보였지만, 그간 현도의 노골적인 대시에도 여간해선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던 그이기에 이 같은 관심은 고무적인 변화로 읽혔다.
이어 현도는 늘 그렇듯 은수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피자집에 들렀다. 마침, 그곳에는 아버지 태수(천호진 분)의 사주를 받고 현도를 쫓아낸 밴드 멤버가 찾아와 은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은수는 “장현도 씨 바쁘다던데 오디션이 있나 보다”고 현도의 근황을 궁금해 했다.
이에 현도의 전 밴드 멤버는 “우리랑 상관없는 일로 바쁠 거다. 현도한테 음악은 그냥 재미였다. 우리랑 다르다”고 다소 현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고, 은수는 “즐기면서 하는 게 음악 아닌가? 잘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인 것 같던데”라고 현도의 편을 들어줬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현도 씨 싫어하죠? 그런데요,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왜 친구로 지냈어요? 장현도 씨가 좀 이상하긴 해도 그쪽들한테 진심인 거 같던데”라고 말해 현도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곧 이어 은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현도는, 자신에게 조금씩 호감과 관심을 보여주는 은수로 인해 느끼는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가만 보면 나한테 관심 너무 많다”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은수를 놀리며 ‘밀당’을 벌이기도 해 웃음을 줬다. 이후 현도는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은수의 퇴근길 주변을 자신의 차로 비호하며 로맨틱한 모습을 보였다. 은수 역시 ‘오빠 친구’의 이 같은 접근이 싫지 않은 눈치.
현도와 은수의 관계가 발전돼 가는 동안, 지완(이준혁 분)과 영주(경수진 분)의 관계 또한 미약하게나마 변화를 보였다. 회사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지친 지완을 영주가 위로한 것. 영주는 방송국에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홀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현도를 발견했고, 그와 합석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영주는 “나도 그 친구처럼 돈이 많았으면 지금처럼 뛰어다니고 고생하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다”는 지완에게 “내가 장담하는데 오빠는 돈이 있어도 지금과 같았을 것이다. 오빠는 돈보다 마음으로 먼저 다가갔을 거다. 생각해보니 오빠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위로했다. 그의 말에 지완은 “너 작가 다 됐다. 말로 사람을 위로할 줄도 안다”고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두 사람은 함께 귀가했다.
그간 ‘파랑새의 집’은 내용에 큰 변화 없이 제자리걸음을 걸어왔다. 러브라인에서 그 같은 현상은 더 심했다. 남녀 주인공들은 연애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뚜렷한 러브라인이 그려지지 않아 불안감을 낳기도 했다. 특히 지완과 은수는 친남매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가는 사이기에 보통의 남매 이상으로 친밀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막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으로 그 같은 우려는 잠시 접어둘 수 있게 됐다. 물론 은수와 현도 사이 역시 남매일 가능성이 농후하게 깔려있는 상황. 그럼에도 둘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단서는 아직 없어 앞으로의 로맨스 향방에 기대감이 모인다. 과연 ‘파랑새의 집’은 막장 노선을 택할지, 혹 그 반대를 택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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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