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넥센 감독이 세 경기 연속 같은 타이밍에 선발투수를 바꿨다. 6회 첫 타자를 상대한 직후였다.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클리닝타임에 대한 분위기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다.
넥센은 20일 목동 LG전부터 22일 문학 SK전까지 올 시즌 1~3선발로 거론되는 선수들이 차례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20일 목동 LG전에는 라이언 피어밴드가, 21일 문학 SK전에서는 한현희가, 22일 문학 SK전에는 ‘에이스’ 앤디 밴헤켄이 차례로 등판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런데 세 선수는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교체됐다.
피어밴드는 20일 6회 첫 타자인 김용의에게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투구수는 93개였다. 한현희도 21일 6회 첫 타자인 김성현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고 이상민으로 바뀌었다. 투구수는 65개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22일에도 밴헤켄이 6회 첫 타자인 박계현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은 뒤 교체됐다. 세 번 모두 똑같은 상황인 셈.

우연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의 의도가 깔려 있다. 사실 5회가 끝난 이후 깔끔하게 투수를 교체할 수도 있었지만 염 감독은 클리닝타임이라는 변수까지 계산했다. 5회가 끝난 이후에는 그라운드 정비를 위해 4분 이내의 클리닝타임을 갖는다. 선발투수는 5회에서 6회로 넘어가는 사이 흐름이 끊어질 수도 있어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선수마다 클리닝타임 공백기를 넘기는 루틴도 저마다 다르다. 몸을 푸는 선수, 덕아웃에서 상대적으로 늦게 나오는 선수 등 방식은 다양하다.
염 감독도 그런 경험을 심어주고 싶었다. 밴헤켄은 이미 적응이 됐지만 피어밴드와 한현희는 이런 흐름이 낯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현희는 지난해까지 불펜에서 뛰었다. 프로 들어와 선발로 뛰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피어밴드 역시 클리닝타임이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별도의 클리닝타임이 없다. 역시 분위기를 한 번쯤은 익히고 들어가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염 감독은 22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두 선수는 클리닝타임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교체를 했다”라면서 “피어밴드도 괜찮다고 하더라”라며 적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사소한 교체 타이밍 하나의 배려 속에 넥센의 1~3선발은 정규시즌 대비를 완벽하게 마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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