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요 슈퍼파월~” 타자 소리만 들리던 사무실의 적막을 깨며 개그맨 김영철(41)이 등장했다. TV에서만 듣던 ‘슈퍼파월~’을 정식으로 인사도 하기 전에 들을 줄은 예상도 못했다. 월요일 오후, 바쁘게 일하던 기자들의 웃음을 터뜨리게 한 장본인은 요즘 MBC ‘무한도전’과 ‘일밤-진짜 사나이’라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는 김영철이다.
김영철과의 인터뷰는 누구나 예상하듯 웃음이 끊이지 않고 유쾌했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속사포처럼 답이 쏟아졌고, 간간히 유명 연예인의 성대모사가 툭툭 튀어나왔다. 1999년 KBS 공채 14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질리도록’ 봤던 개인기였지만 매번 그가 연기를 할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1시간여의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누워 토크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느낀 단 한 가지, 개그맨 김영철은 웃겼고 인간 김영철은 참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체험을 하고 있다. 열심히 훈련을 받고, 쉬는 시간에는 즐거운 분위기를 책임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제작진이 붙여준 ‘오버 DNA’라는 별명은 몸에 체화된 과도한 몸놀림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었고, 그가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요인이었다.
“요새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고 ‘무한도전’ 식스맨으로 거론되면서 주말 MBC 프로그램 입성을 앞두고 있어요.(웃음) 아는 누나가 저에게 요즘 좋은 분위기 타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해주니깐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기분이 좋더라고요.”
김영철은 군생활을 부산구치소에서 수감자들을 감찰하는 일로 대신했다. 스스로는 군필인데 미필인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저도 마흔이 넘어서 체력적으로 힘들거든요. 그래도 (임)원희 형이 버티고 있는데 할 수 없다고 포기할 수는 없죠. 사실 힘든 것보다 재밌는 게 더 많아요. 촬영하면 휴대폰을 반납하거든요. 4일 동안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사니깐 편하더라고요. 사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사 검색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거든요. SNS도 하고요. 누군가 농담처럼 사색보다는 검색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저도 그래요. 그런데 군대에서는 스마트폰을 안 보니깐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더라고요.”
김영철이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는 군 생활은 긍정 그 자체다. 행여나 자신과 동기 때문에 분대장인 임원희가 혼이 날까봐 사전에 차단을 하고, 임원희를 옆에서 돕는 세심한 배려를 한다. 또한 훈련 중 열심히 하려고 하나, 몸에 밴 과도한 몸놀림 일명 ‘오버 DNA’ 때문에 지적을 당하기 일쑤다. 예를 들어 제식 훈련 중 기준을 외쳤으나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여 촐싹맞아 보이는 억울한 상황이 그렇다. 웃기려고 그런 게 아니라 개그맨으로서 17년을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과도한 몸동작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훈련은 진지하게 받고, 생활관에서는 동기들의 피로를 씻어주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호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개그맨은 관찰 예능에 출연하면 잘해야 본전인 게 있어요. 생각해보면 전 원래 오버를 했던 사람이거든요. 매니저도 기준을 외칠 때 몸을 움직인 게 웃기려고 한 행동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그걸 웃기려고 한 계산된 행동이면 전 개그 천재죠.(웃음) 아는 형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기준을 외칠 때 자연스럽게 반동이 나온 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행동이 아니라고요. 맞는 말 같아요. 전 진지하게 기준을 외쳤는데 몸에 오버가 밴 거죠. 개그맨이 되기 전에도 전 오버했고 된 후에도 오버를 했고, 지금도 오버를 하고 있어요.(웃음)”
지금이야 그가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면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사실 처음에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아무래도 ‘진짜 사나이’가 가수, 배우처럼 예능에 많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들이 신선한 즐거움을 안기며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 김영철은 그런 점에서 과연 ‘진짜 사나이’에서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꾸밈 없이 인간 김영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조교로부터 “지금 웃습니까?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지적을 받은 후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닫으려고 노력하는 장면에서 안긴 웃음은 상당히 컸다. 당시 김영철은 생활관에 들이닥친 조교가 풍기는 살벌한 분위기에 긴장했지만 구강구조상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인해 웃는 것으로 오해를 받았다. 이에 조교는 이 같은 지적을 했고, 옆에 있던 정겨운과 이규한이 웃는 바람에 더 냉랭한 분위기가 됐다.
“‘진짜 사나이’에 합류하기 전부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어요. 제가 입 때문에 사단이 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입소하자마자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죠. 조교의 말을 듣고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교가 ‘웃습니까?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런 진지한 지적을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당황했어요. 입을 꽉 깨물고 웃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옆 사람들이 웃으니깐 다 웃음이 터진 거예요.”
김영철은 ‘진짜 사나이’ 출연 제의를 받고 많은 고민을 했다. 생애 첫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한국 나이로 42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군체험이라니, 고민이 많이 됐다.
“제가 다음날 벌어질 그림을 먼저 떠올리고, 경우의 수를 따지는 스타일이에요. 입대 전에 분명히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텐데 어떡하나, 분명히 민폐를 끼칠텐데 어떡하나, 이런 고민을 했죠. 다행히 제 걱정보다는 적응을 잘 했어요. 처음에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을 했죠.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예요. 앞으로 제게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어요. 장담은 못하겠지만 야외에서 고생을 하는 버라이어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까, 그리고 온다고 해도 제가 체력적으로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게 됐죠.”
그의 첫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김영철은 육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기분 좋은 설렘이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제가 그동안 스튜디오에서 편안하게 패널로 앉아 있었잖아요. 어떻게 보면 편안한 예능만 했는데 사람이 다음 단계로 껑충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정박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번에 ‘진짜 사나이’가 그런 도전이었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만족스러워요.”
김영철은 현재 좋은 시류를 타고 있다. 혹자는 ‘질리는데 호감이 간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오버스러운데 그게 매력’이라고 말한다. 더 독한 네티즌은 ‘이번 호감형 캐릭터도 분명히 질릴 건데, 그래도 좋을 것 같다’는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분명히 대중의 호감이 가득한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그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언제나 성실히 방송 활동을 하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하면서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뀌는 순간이 왔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저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물론 저도 바꿔보려고 했죠. 그런데 사람이 잘 안 바뀌어요.(웃음) 제가 하는 개그 스타일이 바뀌지 않더라고요. 저는 오버를 해야 하니까요. ‘무한도전’에서 조정치 씨는 가만히 있어도 웃긴 캐릭터가 만들어졌잖아요. 그런데 전 고군분투해야 하죠. 그게 개그맨의 숙명이자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프로그램이든 제가 말을 하면 진행자가 ‘가만히 있으세요’, ‘웃지 마세요’, ‘노래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하죠. 뭘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많은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그게 어느 날 캐릭터가 됐어요. 진행자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네’ 이런 다음에 병풍으로 올 수는 없잖아요. 이 점이 (강)호동이 형이 알려준 거예요.”
김영철은 유재석이 진행하는 ‘해피투게더’와 강호동이 책임졌던 ‘강심장’에 모두 출연한 적이 있다. 두 프로그램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해피투게더’에서는 재밌게 나왔고, ‘강심장’에서는 부각되지 못했다. 김영철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강호동에게 투정을 부린 적이 있다.
“호동이 형이 조용히 하라고 말을 했을 때 가만히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이야기를 했죠. 재석이 형은 다 받아주는데 호동이 형은 시끄럽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다 웃는 거예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었던 호동이 형이 조언을 해줬어요. ‘내가 밟으면 넌 치고 올라와야지. 조용히 있으라고 농담을 한다고 바로 조용히 있으면 네 개그도 죽고 내 개그도 죽어’라고 말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깨우쳤어요. 그래서 진행자가 조용히 하라고 말을 해도 전 떠들었죠.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오버 DNA’라는 별명이 붙었네요. ‘진짜 사나이’ 제작진의 자막을 보고 인정을 안 할 수 없었어요.”
그랬다. 김영철은 데뷔 이래 쭉 시청자들을 웃기겠다는 일념으로 몸을 던졌고, 때론 과도한 동작으로 보였다. 소위 말하는 ‘오버한다’는 지적을 웃음 발판으로 삼아 줄기차게 개그를 펼쳤고 이제 그게 웃음 작법이 됐다.
“요즘 시청자들도 웃긴 거 아시죠? 일상이 예능이더라고요. 커피숍에서 한 남자 분을 만났어요. 제가 출연했던 방송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친근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형 알지? MBC 연예대상 후보인 것 알지?’라고 농담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형 아직 2월입니다. 11월에 다시 이야기 하시죠’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웃기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도 이런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거죠. 제가 이 이야기를 왜 했느냐면요. 지금 3월이라 장담은 못하겠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 후보에는 오르지 않을까요?(웃음) 후보가 되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잖아요. 상 욕심은 없고 시상식에 참석만이라도 하고 싶어요. 상을 못 받더라도 앉아만 있고 싶어요. 초대를 해주시고 제가 그 자리에 앉는 게 해가 되지 않는 정도만 활동을 하고 싶어요.”
김영철은 ‘무한도전’ 출연 당시 신년 운세 결과 가장 운세가 좋은 사람으로 뽑혔다. 그리고 ‘무한도전’에서 본 운세대로 현재 그는 승승장구 중이다. ‘무한도전’에서 제 6의 멤버를 뽑는 식스맨 후보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무한도전’ 식스맨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정말 답하기 애매한 것 같아요. 누군가 제가 방송을 통해 포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포기한 건 아닌데...(웃음) 다만 식스맨 자리가 어려운 자리니 부담스러울 뿐이죠. 이렇게 들어가는 것 말고 누가 봐도 제가 잘 돼서 ‘무조건 출연했으면 좋은 상황이 돼서’ 욕먹지 않고 들어가고 싶죠. 지금은 들어가면 욕을 먹을 것 같아요.(웃음) 지금 하면 제가 욕받이 무녀가 되지 않을까요? 사실 농구에서 식스맨은 5분 정도 뛰고 다시 나오는 의미잖아요. 제가 만약에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요? 제가 ‘무한도전’ 촬영 당일 녹화장에 오는 거예요. 녹화 콘셉트가 제가 필요한 콘셉트면 출연을 하고, 아니라면 퇴근을 하는 거죠. 대신 매번 출근은 하는 거예요. 매번 제가 출연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활용되어도 괜찮겠느냐?”는 기자의 걱정 어린 질문에 김영철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무한도전’이니까요. 제가 방송에서 그렇게 이야기했잖아요. 매주 방송에 나오는 고정 멤버들은 매회 특집이겠지만, 전 제가 출연한 5회의 특집을 기억하고 있어요. ‘무한도전’ 출연하고 나면 정말 재밌고 한 달 정도 즐거움의 여파가 있거든요. ‘밀회’ 패러디인 ‘물회’도 그렇고, 이번에 ‘슈퍼파월’도 그렇고요. 출연 자체가 즐거운데, 이게 참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영철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송 출연이 일주일에 딱 한 번 밖에 없던 시절, 돌파구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제 누구나 알 듯 영어에 능통하다. 유학 없이 오롯이 평소 성격 그대로 죽어라고 노력한 것밖에는 없었다.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신조는 지금의 김영철을 만들었다. 현재 그는 미국 진출을 꿈꾸고 있다.
“사실 올해 연말쯤 미국을 가려고 했어요. 배우 김윤진 씨를 롤모델로 하고 있죠. 미국 시트콤에서 틈새시장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조금 계획이 바뀌었어요. 한국에서 제 인지도를 조금은 더 높여놓고 제 코미디 영상을 많이 만들어놓고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할까 해요. 제 꿈은 1년 중 미국에서 4개월 정도 일을 하고 한국에서 8개월 정도 일을 하는 거예요.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는 게 꿈이죠. 누가 꿈을 뱉어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꿈을 뱉어내면 바람이 제 꿈을 전해줄 것 같아요. 꿈도 입소문을 탄다고 하잖아요.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무한도전’ 식스맨을 꿈꾸고 있지만 그땐 감히 ‘식스맨 따위’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지금 말하는 게 너무 황당한 돌발상황인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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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